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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만 명의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될 수 있을까


-지극히 평범한 한 청년이 관찰한 인천공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


 


 


이주영(사회학, 7pioneer7@hanmail.net)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별한 날에 설레는 마음 가득 안고 찾아가는 곳인 인천국제공항.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곳도 누군가에게는 매일 출퇴근과 야근을 반복하며 고된 하루를 보내는 삶의 터전입니다. 그리고 흔히 공항하면 떠올리는 세련된 정복을 차려 입은 화려한 미모의 스튜어디스들이나 억대 연봉만큼 걸음도 당당한 파일럿들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거대한 공항이 차질없이 돌아가도록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세계적 규모와 서비스의 질을 자랑하는 인천국제공항이니만큼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수는 무려 만 천 명을 넘습니다.


 


  인천공항의 특기할 만한 점은 놀랍도록 높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율입니다. 10% 가량인 1,000여명만이 정규직이며, 나머지 약 10,000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은 모두 비정규직입니다. ‘이명박근혜로 불리는 구 여당의 연속된 집권 하에서 거의 10년간 신자유주의정책이 계속되었고, ‘비용절감외주화에 의해 인천공항은 초기부터 약 10%의 관리직인 사무직을 제외하고 공항의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인력은 비정규직으로 설계되어 지속되어 왔습니다. 공항에 들어서면 보이는 경비보안 노동자들, 곳곳에 청소 노동자들은 물론 맡긴 짐들을 목적 비행기에 싣는 수하물 담당, 출국장에 들어서면 검색을 담당하는 노동자들, 터미널 사이를 이동하는 작은 지하철같은 셔틀트레인 운행은 물론 중간에 모든 기계장비들을 담당하는 노동자들과, 인천공항소방대 등등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인천공항과 10여분 거리에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인천공항공사내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하기 때문에 인천공항에서는 거의 마주치기 힘듭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을 때 정규직 노동자들은 약 8,000만원의 연봉을 받습니다. 게다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영속적인 구조적 불안정과 불안감 가운데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연차와 경력이 더해감에 따른 진급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년만에 약 10만원 정도가 오르는 정도로 조악합니다. 매일 현장에서 일한 경험이 십 년이 넘도록 쌓여 모든 업무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더라도 현장을 잘 모르는 사무직 관리자의 업무지시를 받아야 하며, 많은 고민과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뛰어난 개선책을 고안해 인천공항의 발전에 기여하더라도 그 공은 정규직 관리자에게 돌아갈 뿐입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정규직에 의한 비정규직의 직접 지시는불법파견이기 때문에 위법 소지를 피해가기 위해 인천공항공사에서외주를 내준 용역업체의 관리자가 그 옆에 항상 있어야 하며, 한 다리 걸친 지시를 합니다. 이는 단순히 비효율성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용역업체가 한두 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업무별로 용역업체가 각각 달라 수십개에 이르기 때문에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공항 전체의 생리를 고려해 볼 때 사건이 터질 경우 곳곳에서 원활한 소통과 긴밀한 대응이 태생적으로 불가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커다란 테러나 자연재해의 위험으로부터 다소 비껴서 있었고 그 덕에 다행히 그동안 별 사고 없이 그럭저럭 넘겨왔지만 전 세계적으로 테러의 위협이 확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진 등 자연재해로부터도 더 이상 안전지대라 하기 힘든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꽉 막힌 동맥경화는 언제든 대형사고로 분출될 위험을 가득 안고 있습니다.


 


  일례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2016 1월 일명인천공항 수화물대란이 있었습니다. 동계 성수기인 설 연휴를 맞아 인천공항에 2001년 개항 이래 최대 이용객이 몰렸고(출국 8 7, 입국 8 9) 결국 수화물 처리 시설의 과부하로 항공기 159편이 지연되고, 수화물 약 5,200개를 싣지 못하는 대혼란이 발생한 것입니다. 외국에 여행가방 없이 던져진 여행객들은 끔찍한 불편을 겪어야 했고, 환승 비행기를 놓친 승객들이 속출했으며, 출국을 기다리는 승객들과 입국하는 가족친구들을 맞으러 온 수많은 사람들이 불안 가운데 서너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안개라는 기상적 어려움과 제한된 기계 설비의 문제도 있었지만 당시 현장에서 뛰었던 노동자들은 이것을인재로 회고합니다. 현장의 특정 담당자들의 결정적 실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가진 시스템 자체에서 본질적 원인을 찾고 있었고, 그러므로 그 설계자들에 의한 인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인천공항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리, 또 비정규직들을 여러 용역으로 쪼개 놓은 채(여기엔 대형 노조 설립에 대한 사용자들의 우려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합니다) 여러 용역업체 관리자들 사이에서 정규직 관리자가 중간다리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현장을 잘 알지 못하는 문제, 게다가불법파견을 피하기 위해 현장의 서로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시하지 못하고 또 다시 용역업체 관리자를 통해서 해야 하는 이 복장 터지는 겹겹의 심각한 동맥경화 때문에 비상사태 가운데 기민하게 유기적 대응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것입니다. 그 상황을 직접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짐작할만합니다. 이러한 부조리극과 같은 현실 속에서 정말 작게라도 테러나 자연재해가 발생한다면 상상조차 끔찍한 대형사건으로 번질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는 단순히 노동자 한사람 한사람의 삶에서 중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관문으로서 외국인들이 처음으로 맞이하는 국가의 얼굴인 인천공항의 서비스 질이 달린 만큼 국가의 위상이 달린 문제이며, 출입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과 직결된 중차대한 이슈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면 이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앞으로의 기조와, 대통령이 선장이 되어 이끌어가는 거대한 함선인 한국 사회의 향후 진로에 심대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인천공항을 택해 ‘1만여명의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겠다는 공약을 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행보에는 모든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으며, 관련자들 중에 이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정치란 계산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계산하는 게 나쁜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위해 하는지, 즉 선한 목적을 위해 계산을 하느냐 악한 목적을 위해 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그것이 하늘과 땅의 차이를 만들고요. 다행히노동 존중 사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으며비정규직 제로화를 꿈꾸는 문재인 정부는 선한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는 제가 일전에 언급했던 1970전태일 열사의 분신으로부터 시작되어 80년대에 활활 타오르게 된 우리 사회의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던 노동자들을 위한 거대한 운동과 직결되기도 합니다. 당시 노동자들의 문제에 무관심했던 수많은 지식인들과 대학생들이 각성하게 되었고, 수만명의 대학생들이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당시엔 특권 계급인대학생으로서의 모든 특권과 보장된 미래를 내려놓고 자발적으로 불편과 위험을 무릅쓰며 공장에 위장취업해 노동자들을의식화하기 시작합니다. 그냥 하루하루 살아남기에 급급하던 노동자들에게 노동자로서의집단의식을 주입하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지만 숙명으로 받아들이거나 개인적으로 분노를 터뜨리는(반항의 결과로 돌아오는 것은 무자비한 폭력과 해고 뿐이던) 이상은 넘어서지 못했던 노동자들에게 그들이 가진 마땅한 권리인노동권을 알려주고, 거대한 부와 힘을 가진 사용자에 맞설 수 있도록 대규모조직화집단투쟁을 이끌어내게 됩니다. 지금은 50, 60대가 된 그 ‘386세대중 아직도 청년 때의 이상을 지키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지금 문재인 정부에 포진하고 있으며, 그들이 이와 같은 국가의 거대한 방향전환을 이끌고 있는 것입니다.


 


  1997 IMF 체제 이래로 계속되어온신자유주의정책 하에서 한국 사회에서는이 지상 최대의 가치가 되고, 인간은 그 자체로 그 무엇도 흔들 수 없는존엄성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그 사람이 벌어들일 수 있는 시급 5천원, 만원, 또 누군가는 백만원, 천만원에 의해 값이 매겨지게 되었습니다. ‘비용 절감을 통한수익 창출의 극대화가 최대의 현안이 되며 가장싸게 먹히는비정규직 일자리가 기하급수적으로 양산되고, 그조차 직접 고용하기를 꺼려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수많은 용역업체들이 생겨났으며, 하도급이 또 다른 하도급을 주는 풍조는 관행이 됩니다. 용역 입찰을 따기 위해 가장 싼 값을 부른 업체가 그 최저가 단가를 맞추는 비결은 바로 인건비를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안녕과 안전을 위한 모든 비용을 최대로후려치는것이었습니다. 그 결과절약한 모든 비용과, 사용자들이 극대화하게 된이윤의 초과 분만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빈곤에 허덕이고, 온갖 종류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저임금과 고위험 가운데 하루살이처럼 하루만을 간신히 살아가는 비정규직이 우리 사회의 무려 절반을 차지할 때 미래가 없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 개인 뿐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됩니다. 내 한 몸도 건사하기 힘든 상황에서 결혼이나 출산 등은 꿈꿀 수도 없고, 꿈꿔서도 안 되는철없는사치[1]에 불과하며, 당장 오늘의 지출도 최소화해야 하는 일상이 국민의 절반 이상의 것인데 경제 성장의 동력이 식어가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기이한 일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 가운데에서 문재인 정부는소득 주도 성장을 들고 나왔고, 이는 단순히 한국 사회만이 아니라 심지어 신자유주의를 이끌던 IMF OECD, World Bank에서조차 그 필요성이 인정[2]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현 정부의소득 주도 성장정책 중 양대 주자라 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이미 지난 7, 2018년 최저임금이 역대 최대 인상률로 결정[3]되고 여론도 대체로 우호적으로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온 나라에서 단일하며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정책 상으로 결정할 수 있는[4] 것과 달리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각 기관마다 결정하는 일이고, 고려해야 할 변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에 대통령이 아무리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민주 사회에서 쉽게 풀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나마 사기업보다는 정부 소유의 공기업들이 접근이 쉬우며, 인천 공항은 공공기관 중 비정규직 규모가 최대이며 국민들의 관심이나 상징성도 큰 곳이기에 문재인 정부의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위한 첫 주자로서 선택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어떻게 결정 되는지의 문제는 인천공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들과 장차는 사기업들에게까지 큰 여파를 끼칠 수밖에 없는 것으로서, 현재 비정규직이 절반인 한국 사회가 나아갈 미래 진로의 잣대가 되는 참으로어마 무시한 함의를 갖는 사안인 것입니다.


 


  저는 우연치 않게 외부인으로서는 비교적 가깝게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의 주요 사안들을 지켜볼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기자도 아니고 첩자도 아니고 그저 매일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을 가장 고대하는 한 사람의 평범한 직장인인 제가 다니는 회사, 정확히 말하면 연구소가 관련 연구 용역을 맡게 된 것입니다. 5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 주 월요일부터 저는 이곳에 한 달 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이직을 해 새로운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 직함은연구원이지만 사실 막내 연구원으로서 조교처럼 선임 연구위원님들과 외부 연구진인 교수님들, 박사님들의 심부름을 하는 수준입니다. 원래 인천공사의 정식 연구 용역은능률이라는 친근한 학습지를 연상시키지만 로펌과 비슷한 대형 컨설팅 회사(정식 명칭: 한국능률협회컨설팅) 2억 가량에 땄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공동연구를 저희 연구소에 제안을 해왔고, 그 정확한 속사정을 들어보진 못하지만 아마도노사전 협의회(노동계, 사용자, 전문가의 협의기구. 정부에서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방안을 최종 결정하기 위해 만듦)’의 권고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렇게 생각한 까닭은 대중에게도 매우 잘 알려진김앤장이라는 로펌을 생각해보시면 와 닿으실 것 같은데 그런 대형 업체들은 거의 대부분 돈 많은 사용자의 편에 섭니다. 저희 연구소는 노동자의 편에 서는 기관으로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가 알고 있는 곳이고, 능률 측에서 아무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연구에 대해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굳이 껄끄러운 상대를 용역비까지반띵해가며 자발적으로 선택했을 리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보다 힘을 가진 쪽에서 강제하지 않았나 생각하는 것이고, ‘노사전에서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사용자 측인 능률과, 노동자 측인 저희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공동연구를 진행하도록권고(라지만 거절은 선택 안에 없습니다. 힘있는 자의 위치에 정의로운 사람들이 있을 때의 멋짐이란!)’했을 것이라 추측하는 것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대부분 청년들의 평범한 삶의 과정과 가치관과 정서를 공유한 한 사람의 평범한 청년이기에 제가 덕분에 보고 듣게 된 광경들은 저에겐 드라마를 보듯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노조 조끼를 입고결사 투쟁같은 문구들로 도배된 머리띠와 깃발들로 가득한 노조 사무실에 앉아 계시는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은 얼굴만 봐도 그분들이 살아온 거친 삶의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이 웃으실 때 정말 인간적이고 편안하며 순수한 미소를 지으실 줄 알더군요. 그리고 현장에서 각자 맡으신 일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이 거대한 공항이 이렇게 하루하루 잘 굴러갈 수 있던 것은 이와 같이 겸손하고 성실하고 소박한 한 인간 한 인간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던 덕분임을 느꼈습니다. 간단해 보이던 일들도 실은 겹겹의 중간 단계와 나름의 전문성과 오랜 시간의 수고를 필요로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높은 지능의 고학력자들이 아니라 최저 학력 이상이라도 누구나 어느 정도의 훈련을 받고 숙달이 되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리 높은 지능의 화려한 스펙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교육과 장기간의 경험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관리직인 사무직들이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있는 일이라 해도 일 년 365일 필요한 일이며,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계속적으로 필요하며 이미 십 오년 넘게 계속되어 온 이러한상시지속적인 일들을 저임금과 고위험에 제대로 된 보상도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으로만돌리는일은 매우 부당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규직 노조 분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눈에 봐도 말끔한 엘리트들이었으며 엘리트 계층 특유의 여유와 자신만만함이 넘쳤습니다. 키가 크고 잘생긴 제 또래의 청년 분은비정규직 노동자 분들의 정규직화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지만 여러가지 우려 사안들 설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응원하는 사회 여론과 대통령의 공약 속에서 드러내놓고 반대할 수는 없지만 내심으로는 불편함과 거부감을 갖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정규직 노조의 간부직을 맡고 있는 냉철한 카리스마 가득한 중년남자 분은 세련된 화술과 뛰어난 지식으로 감정을 가리며 매우 이성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가진 현실적 어려움들을 말씀해주셨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분의 말씀하시는 태도였습니다. 저희 쪽 연구진은 노동계에서는 정말 유명하시며 정부의 각종 자문단과 지상파 토론회와 수많은 인터뷰가 일상이신 저희 연구소의 고령의 선임연구위원님을 선두로 중년의 박사님들과 연구위원님들, 그리고 한양대와 고려대 등의 교수님들과 박사님들이시지만 아무래도 노동계 분들은 거의 다 소박하고 겸손한 분들이셔서 겉보기엔 솔직히 좀 촌스럽고 그냥 평범한 시골 아저씨들과, 할아버지 같아 보이십니다. 이 정규직노조 간부 분이 불편하였던 점은 단지 가면을 쓴 것 같은 싸한 느낌의 미소 때문만이 아니라 물론 시종일관 정중하였지만 저희 연구진분들을 언짢게 했던 특유의 우월감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이 짙게 묻어 있는 오만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그런 태도였습니다. 사실 이건 아무것도 아니고 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한 사측이 저희 연구진에게 대놓고 무례하게 굴거나 모욕감을 느끼게 한 적이 여럿 있었습니다. 물론 저희쪽이 노동자 측인 것이 그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능률 측에는 아예 수하 다루듯 하며 갑질을 해댔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상 능률 측은 인천공사 측에 거의 종속되었다고 할 수 있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이라는 결과물에서 그것이 극대화되어 나타납니다.


 


  약 일주일 전인 11 24일 금요일, 드디어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하는 공청회가 있었습니다. 능률에선 9% 854명만 직접고용하고, 91% 8,984명을 자회사로 넘기며 직접고용 인력에도 채용시험 방식을 적용하는 안을 냈습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선 5,650(60%)을 직접고용하며 채용시험 없이 전원 고용승계하고, 나머지 3,734명은 보안방재공사를 설립해 채용하는 방안을 냈습니다. 사안이 사안이니 만큼 공청회 당시 500명 규모의 강당은 물론 중계 모니터가 설치된 바깥 복도까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는데무임승차! 웬말이냐! 공정사회! 공개채용!”이 씌어있는 팻말들을 들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과, “정규직-비정규직 손 잡고 같이 가요라는 팻말을 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양분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연구소 측의 발표에 정규직들이 야유와 공격적인 질문은 물론 욕설까지 하는진상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11년차 환경미화원으로 일하시는 노동자 한 분이우리가 정규직 일자리를 탐내는 것도 아닌데 너무 하는 것 아니냐. 같은 일터에서 근무하는 동료인데 너무 상처를 주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하셔서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우선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된 능률측의 안과 정규직의 팻말은 같은 말을 다르게 표현한 것에 다름 아닙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무임승차기 때문에 불가하며, 10%도 되지 않는 아주 일부만을 전환하면서 그마저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말입니다. 인천공사가 청년 선호 일자리라는 것을 정당화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말이죠. 하지만 청소, 보안경비, 수하물 처리 등 현재 비정규직들이 담당하는 업무들이 청년 선호 일자리라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리고 무임승차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인천공항 설립 초기부터 함께 일하며 오늘날의 인천공항을 만들어 왔고, 인천공항이 12년 연속 세계 공항 서비스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 어찌 정규직 노동자들만의 공로일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서비스 현장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로가 더 컸으면 모를까요. 그리고 공개채용을 한다면 10년간 현장에서 업무를 담당한 직원의 자리를 토익 점수와 학점이 높은 사람에게 대신하게 하는 것이 과연 공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업무의 효율성 저하 우려나, 수년간 다녀온 직장을 잃고 하루 아침에 실직자 처지가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고려해야 함도 물론이고요. 또한 90% 이상을 자회사로 돌린다는 것은 지금의 여러 용역업체에 의한 비정규직 고용 현실에서 고용 안정성 개선 외엔 별반 다르지 않은 방안입니다. 여전히 열악한 처우, 본사와의 꽉 막힌 소통 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능률 측 안인 자회사설립과 연구소에서 낸 공사설립은 비슷한 듯하지만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자회사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 자회사를 쪼개서 만드는 것이며 이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현재 여러 개로 나눠져 있는 용역업체 체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안방재공사라는 하나의 공사를 만드는 것은 우선 4천 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는 만큼 큰 조직이 되고, 그럼 목소리와 힘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인천공사와의 관계에서 비교적 대등한 관계가 가능해진다는 의미이며, 그것을 싫어하는 인천공사는 여러 자회사로 쪼개 최대한 비정규직들의 힘을 약화시키려 하는 것입니다.


 


  최종 결정은 앞서도 설명 드렸듯이 노사전협의회가 내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시한이올해 내였기 때문에 지금 막판 협의를 거듭하고 있고, 12월 말에는 결과가 발표될 것 같습니다. 저는 노동계에는 이제 갓 발을 들였고, 아는 게 사실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켜 보아온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추측해볼 때 노사전협의회의 결정은 능률 측보다는 연구소 측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고,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며, 앞으로의 정책 기조의 시금석이 되는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용역업체의 계약 시점이 아직 많이 남아 계약을 해지할 시 상당한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들에 있어서 시기와 방법을 조절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서는 만 명의 비정규직을 모두 인천공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일시에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근 몇 년 내에 시간을 두면서 하는 방안이라도 많이 어려워 보입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각 사안별 장단점은 물론 미래의 예상되는 비용과 효용까지 따져봐야 최상의 방안을 낼 수 있는 것인데 제가 노동 전문가는 아니어서 거기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지혜가 모아지고, 참으로 사심 없는 선한 의도를 가진 분들이 아직 사회 상층부에 많이 계시므로 그분들이 머리를 맞대빈틈없는 지혜를 짜내시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인천공항을 시작으로 모든 공공기관들과, 사기업이라도 정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많은 기업들이 상당한 규모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순차적으로 겪을 예정이며 이미 그것은 현재 진행형 중에 있습니다. 중산층이 무너지며 온갖 위기론이 범람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새로운 바람과 새로운 희망의 물결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잔 바람, 잔물결로 그치지 않고 더 오래 더 강력하게 커가며 세상의 흐름을 바꿀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1] 대형포털 뉴스들의베댓(베스트 댓글)’돈 없으면 자식 낳지 마라. 노예는 우리에서 끝내자.”로 요약될 수 있는 비관적 담론이 지배하고 있으며, 이는 일반 청년들 사이에도 보편적임.

[2]  불평등 축소와 경제 성장의 관계를 밝히며 불평등 완화를 위한 조치를 취함으로써공동 번영(Shared Prosperity)’포용적 성장(Inclusive Economic Growth)’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2017 10월 발표함.

[3] 2017년 최저임금 6470원에서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 2018 1 1일부터 대한민국 모든 사업장에 적용.

[4] 최저임금의 결정은 매년 근로자대표 9, 사용자대표 9, 그리고 정부에서 파견한 공익위원 9인이 모인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이루어집니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근로자위원들은 가장 높은 금액을, 사용자위원들은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합니다. 이번 경우엔 노동자 측에선 1만원, 사용자 측에선 6625원을 제시했고, 양측의 입장 차를 좁히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결국 정부에서 파견된 공익위원들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간은 사용자 측의 제시 금액에 보다 가까운 금액이 결정되었지만 이번엔 그 반대의 경우가 연출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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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사회학 포스트 민족주의 admin 2016.01.11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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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사회학 헌법과 국가정체성 admin 2016.01.11 101
16 현대사회 마음의 습관(Habits of the Heart: Individualism and Commitment in American Life): ‘개인주의’라는 현대인의 ‘언어’ 2 gloria 2016.03.13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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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회학 최종렬. (2011). “배달의 현상학과 상호작용 의례.” <문화와 사회,> 10권, pp.96-134. WalkerhoduJ 2017.08.20 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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