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mj
조회 수 16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아이히만그리고 생각하는 인간    

김명정


 

         지난   우리는 대통령 자질의 중요성을 참으로 고통스럽게 깨달았다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권력을 사유화하여 자신의 배를 채웠고 국가운영의 많은 부분을 듣도 보도 못한 여자에게 맡긴 채 비상식적인 국정운영을 하였다속에서 무고한 아이들은 죽었으며 우리 선배들이 피로 산 대한민국 자유와 민주주의가 꺾일 뻔 하였다이렇게 은밀하고 치밀하게 이루어졌던 정치적 악행 뒤에는 그녀의 손과 발이 된 엘리트 코스의 정석을 밟은 소위 ‘’ 사람들이 있었다이들은 과연 무엇 때문에 부정의와 비상식의 부품이 되었을지에 대한 질문에일차원적으로는 돈과 명예에 눈이 멀었기 때문에’ 혹은 NO라고 말할 용기가 었었기 때문에’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하지만 여기서    나아가 악덕 권력자의 손과 발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실존적으로 살피고자 한다이를 위해 나치 유대인 학살에 핵심 역할을 하였던 칼 아돌프 아이히만(Karl Adolf Eichmann)을 바라보며 비슷한 질문을 품었던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개념을 살피고 이것이 우리에게 남기는 교훈을 살피고자 한다아렌트의 악의 탐구에서 우리가 잡아야 하는 나침 키워드는 평범성’, ‘생각’, ‘전체주의이다오늘날에도 적용되는 정치적 악에 대한 교훈을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1961년도아돌프 아이히만과 한나 아렌트 

              


        아이히만은 나치 독일의  핵심 조직인 친위대보안대게슈타포의 요원을 지낸 인물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위로부터의 명령에 매우 충실히 임하여 승승장구하던 인물이다그는 나치 지도부가 ‘유대인 문제 대한 첫 번째 해결책으로 독일 추방을 채택하자 하급 중대 지휘관이라는 그리 높지 않은 위치에서 그 실무를 맡아 수행하며 유대인 문제의 전문가’, ‘이주와 소개(疏開) 권위자라는 인정을 받았다그리고  번째 해결책 ‘수용’ 단계에서는 유럽 각지에 있는 유대인을 열차에 태워 강제수용소로 이송하는 것을 지휘하였다. 그리고 전쟁이 한창이던 1941년, 유대인 문제의 "최종 해결책" ‘학살이 결정되자 아이히만은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절멸 수용소와 학살을 현장 지도하며 6백만 명의 유대인 학살을 지휘하였다

 

        홀로코스트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던 아이히만은 아르헨티나에서 숨어 지냈으나, 이스라엘 모사드에 의해 납치되고 재판장에 서게된다. 이때 현대 철학의 거성 한나 아렌트는 뉴요커 특파원으로 아이히만의 재판을 참관하고, 이를 기반으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그녀는 아이히만의 재판을 통해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는 개념을 내놓는다아이히만은 재판장에서 “나는 괴물이 아니다나는 그렇게 만들어졌을 뿐이다,” “나는 아무것도  것이 없다크건 작건 아돌프 히틀러나  외의 어떤 상급자의 지시에 아무것도 덧붙이지 않고 성실히 임무를 수행했다라고 주장하였다그리고 재판을 지켜보던 여섯 명의 정신과 의사들은 아이히만의 정신 상태를 검진한 후 그가 정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이렇게 수백만 명을 죽였으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행한 것에 뿌듯하다고 말하는 아이히만은 유별나게 악질로 태어난 것도정신병이 있던 것도 아니며 오히려 매우 가정적이며 주변 지인에게는 친절함을 보이기까지 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아렌트는 이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악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평범한 우리에게서도 60만 명의 사람을 고문시키며 죽일 수 있는 가능성이 내재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만약 아렌트의 말이 사실이라면 평범한 사람 모두가 아이히만처럼 되지 않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아렌트는 이를 생각의 유무'로 설명한다특별하지 않은 아이히만이 거대한 악을 행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사유의 불능이며 그의 무사유(thoughtlessness)’때문이라는 것이다아이히만은 주어진 일을 탁월하게 해낼 수 있는 처리능력계산능력,인지능력은 뛰어났을지 모르지만 그것과 별개인 정신능력인 생각’, 즉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이것이 타인에게는 어떤 의미인지를 비판적인 사고와 판단 없이 상부의 지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라고 말했다사회적인 동물로 살아가는 우리 인간이 아이히만과 같은 악의 부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도 나와 같은 하나의 인격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이는 치열한 경쟁시대에서 하이에나처럼 생존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깨우는 종소리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 한나 아렌트

        사실 피로사회 속 현대인들은 타인은 커녕 자기의 영혼도 제대로 챙기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육체적정신적 여유가 부족한 현실 속에서 남들을 배려하고 생각하라는 것은 당연한 도리지만 쉽사리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아렌트는 이러한 '시대적, 공간적 배경'에 사유 능력이 영향 받는 다는 것을 지적한다. 특히 유대인 학살이라는 정치적 악은  시대를 덮고 있던 전체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하였다전체주의는 개인이 전체에 귀속되기 구조이기 때문에 개인의 사유 능력과 판단력이 무력화된다. 그리고 이때 말, 언어’가 중요한 도구가 된다재판에서 보여준 아이히만의 언어는 관공서에서 사용하는 상투어와 나치스의 암호화된 언어들로 가득하였는데예컨대 강제 추방은 유대인의 이주 계획’, 유대인의 학살은 최종 해결책이라고 불렸다아렌트는 말은 우리를 현실과 연결해준다나치스가 언어 규칙을 만든 이유는 암호화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의 현실에 대한 감각을 마비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말했다따라서 아렌트는 개인의 생각을 죽이는 전체주의와 그 언어문화가 악과 선에 대한 판단력을 흐릿하게 하여 "사유의 불능" 가져왔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점을 통해, 우리는 아이히만 역시 나치가 지배하는 전체주의적  안에서 자신의 사유 능력을 잃어버리고 평범한 악의 잔혹성에 파묻힌 불행한 인간으로 바라볼  있다


 

 

2017년도다른 공간에 사는 크고 작은 아이히만들

   

         ‘평범성’, ‘생각’, ‘전체주의로 살펴본 아렌트의 악의 탐구는 2017년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가장 극대화된 오늘날의 '악의 평범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북한이다북한은 주체사상을 내세우며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라며 그럴싸하게 말하지만, 사실상 그들은 옳은 지도 없이는 노동계급이 승리할 수 없다노동 계급을 비롯한 인민대중은 당과 수령의 올바른 영도를 받아야 한다라는 논리를 들이대는 수령절대주의’ 국가이며국민의 입과 귀를 봉쇄하고눈과 발에 자유를 주지 않는 전체주의 국가이다이러한 체제 속에서 한 인간이 출생하고 그의 부모와 조부모도 똑같은 체제 아래에서 살아왔다면, 그는 아이히만보다도 더욱 긴 시간더 체계적으로 사유능력을 잃어버렸을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어그러진 규범 속에서의 자아비판과 상호 비판을 하는 생활총화’, 그리고 경찰이 시장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당에 규정을 어긴 사람을 쏴 죽이는 공개처형’ 등이 북한주민들의 삶에 너무나 평범하게 녹아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전체주의적 사고와 생활방식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사유하는 인간정치적인 인간  되지 못하느냐고 몰아붙이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할 질문은, 과연 이러한 체제 안에서 당의 지시라는 명목 하에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고문을 일삼았던 자들의 죄는 정당화 될 수 있냐는 것이다. 적어도 앞서 살펴본 아렌트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이 북한이라는 공간에서 태어난 것이 매우 유감이지만, 이들 역시도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 죄가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도 존재한다. 같은 체제에서 살아왔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과 처지를 동감해준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리고 생각의 무능자들로 인한 피해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회는 그들의 합리화를 용납해서는 안된다. 또한, 이러한 자들에게 처벌하는 것은 그들 뿐 아니라 후세들의 양심과 생각하는 능력을 깨워줄 수 있는 각성제가 될  있다. 


         그렇다면 이미 자유민주주의 체제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전체주의와 악의 평범성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경우에도 미시 파시즘이라 불리는 구조적 적폐들이 존재한다권력을 마구 휘둘러 아랫사람이 사유하고 말하는 것을 억압하는 자들, 요즘 말로 '갑질하는 자'가  예이다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잘못 뒤엉켜진 유교문화와 군대문화가 이러한 미시 파시즘을 더욱 키우는 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저 두 문화적 요소의 어그러진 합은 우리가 상위 권력자들과 다른 의견을 가졌을 경우 이에 반박하는 것 조차 어렵게 만들며 우리의 말과 행동을 스스로 제한하게 만든다그렇기에 우리는 '작은 아이히만' 되기에 매우 적합한 문화에 살고 있다고  수도 있다. 이러한 미시파시즘에 익숙해진 우리는 스스로가 상부에 의한 잘못된 지시에 응하거나혹은 남들이 응하는 것을 목격할 경우에도 '대게 그렇게들 하니깐',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  수는 없으니깐,'  나름의 이유를 대며 스스로의, 혹은 타자의 잘못을 합리화 시킨다물론 보통 대한민국 사람 중에는 상사로부터 살인이나 학살이라는 명령을 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러나 아이히만이 잘못된 작은 충성이 쌓여 이후 그를 6백 만 명을 학살하게 하였듯이, 미시 파시즘 속에서 부정의에 소극적 동의를 하는 사람은 점차 적극적 아이히만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또한 우리가 다른 사람의 잘못된 복종에 대해서 침묵한다면 그것은 결국 사회에 속한 구성원들의 사고를 서로 무디게 하여 타인과 자기 스스로가 사는 곳을 아이히만의 소굴로 만드는 행위가  것이다한나 아렌트는 추가적으로 인간의 조건으로 '정치적 활동'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부정의와 거짓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전체주의를 막을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과 실천이라는 것이다. 



아이히만의 잘못된 작은 충성이 쌓여 이후 그를 6백 만 명을 학살하게 하였듯이, 
미시 파시즘 속에서 부정의에 소극적 동의를 하는 사람은 점차 적극적 아이히만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유와 책임



         이제 이 글을 시작하며 언급한 부정의와 비상식의 부품이 되었던 '청와대 사람들'로 돌아가보자. 그들이 공인으로서 '자신'보다 '타자'와 '사회'를 생각했다면 그들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물론 상사의 거짓되고 부정직한 지시를 거역한다면 그들은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피해를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안위에 대한 계산과 생각은 하면서 타자에 대한 생각과 동감이 결여된 그들의 선택은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대로 추악과 비참함을 낳았다. 미시파시즘이라는 작은 전체주의가 우리 사회 안에 존재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틀에서 생각과 말에 자유가 있다. 이 자유가 있음에도 '사유의 불능'을 선택하는 자는 그 선택에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에게 이러한 교훈을 남겨주었. 가장 먼저, "구조적 악"이 양산하는 "개인의 악"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스스로의 잘못된 행위를 구조를 탓하며 합리화시키기 보다는 그렇게 만드는 크고 작은 전체주의적 요소들은 타파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나에게 주어진 "생각   있는 틈"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전체' 파묻힌 목소리가 아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개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타낼 때 우리는 진정한 사유하는 인간이 되어 '악의 평범성'으로 부터 스스로를 건져낼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교적 사유할  있는 공간에서 태어났다는 행운에 대한 숙연한 감사함과 동시에 자유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것이다.



참고문헌

 

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 p253-282 (2013, 동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나아렌트, 김선욱 옮김, 2006, 한길사)



<우리가치 월례레포트 4호> 를 위해 작성된 글입니다.  [2017년 8월]  

내용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우리가치 레포트 4월호(PDF)를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http://www.woorigachi.com/xe/board_izjR06/130838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 국가별 과거사청산 [자료] [English] 2006 Angola - Cabinda MOU on Peace and National Reconciliation in Cabinda province mj 2018.06.04 8
45 [우리가치 4월/10호] 200년 전 해적이 남겨놓은 유물 - ATS를 통해 살펴보는 오늘날 국제인권법의 단상- WalkerhoduJ 2018.04.23 22
44 국가별 과거사청산 [라이베리아] 찰스테일러 - 블러드다이아몬드 전범 mj 2018.04.16 16
43 국가별 과거사청산 [코트디부아르] 로랑 그바그보 mj 2018.04.16 9
42 국가별 과거사청산 [캄보디아] 키우 삼판 - 킬링필드 대학살 책임 종신형 mj 2018.04.16 8
41 논문리뷰/ 기타자료 칠콧 보고서 (Iraq Inquiry) 우리가치 2018.03.11 6
40 [북리뷰] Spiral Model in Transitional Justice (1999, Risse, et.al) mj 2018.02.16 12
39 What is the Responsibility to Protect? [R2P란 무엇인가?] - Michael Walzer 마이클 월저 mj 2018.01.16 11
38 논문리뷰/ 기타자료 RESPONSIBILITY TO PROTECT OR RIGHT TO PUNISH? HUMANITARIAN INTERVENTION AND ITS CRITICS mj 2018.01.03 10
37 과도기정의 포스팅 [우리가치 12월/8호] 국제법… 어제 우리를 죽였던, 하지만 내일 우리를 살릴 무기 file WalkerhoduJ 2017.12.13 38
36 국가별 과거사청산 [미얀마] 로힝야족 탄압으로 바라보는 미얀마의 미래 file mj 2017.11.05 93
35 과도기정의 포스팅 위협받고 있는 국제사회 속 정의로운 오지랖: 보편관할권의 위기 3 file mj 2017.10.06 103
34 국가별 과거사청산 [콘도르 작전] 6만명 살해한 ‘콘도르 작전’…30여년 만의 ‘너무 늦은’ 단죄/ 남미 인권유린 ‘콘도르 작전’ 40년만에 단죄 mj 2017.09.30 38
33 국가별 과거사청산 [칠례] 피노체트 군정시절의 인권유린과 과거사 정리 mj 2017.09.26 20
32 국가별 과거사청산 [차드] 아프리카의 김정일 '히세네 하브레' 정의의 심판대에 서다 mj 2017.09.15 30
» 과도기정의 포스팅 [과도기정의/철학] 아이히만, 그리고 생각하는 인간 file mj 2017.08.18 160
30 과도기정의 포스팅 정의로운 용서? 사면에 관하여 mj 2017.07.24 47
29 논문리뷰/ 기타자료 [논문요약] 국제범죄자에 대한 국가사면에 관한 국제법의 입장과 전망 (김형구) mj 2017.06.26 56
28 과도기정의 포스팅 [민간법정 사례] 버트런드 러셀의 열정 그리고 러셀법정 file mj 2017.05.04 72
27 국가별 과거사청산 제주 4.3 사건 과도기정의로 바라보다 mj 2017.05.04 107
Board Pagination Prev 1 2 ...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