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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한일 위안부 합의, 얼마나 알고있니?

 

이주영(사회학, 7pioneer7@daum.net)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20151228일 이루어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언가 문제가 있고, 최순실이라는 무식한 강남아줌마의 꼭두각시와 다름없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망쳐놓은 여러 국사들 중 하나라는 정도는 모두가 알지만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일본은 사과를 했다고 하고 보상금도 지급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진실은 무엇인지에 막상 이르면 대부분 말문이 막힙니다. 저 역시 그랬고, 그래서 알고 싶어서 공부했습니다. 관심있으셨던 많은 분들, 함께 보시죠.

 

1. 합의 내용이 대체 뭐길래

<한일 위안부 합의의 내용>

1)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

2)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

3) 한국 정부가 전()위안부 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 10억 엔을 일괄 거출하고,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한다.

4) 이번 발표를 통해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

5)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

6)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 유지를 고려하여 관련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

 

합의의 내용을 살펴보면 의외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 ‘마음으로부터 사과와 반성’,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에 10억 엔’ 등의 단어들이 정말로 잇따라 등장하며 우리에게 혼란을 안겨줍니다. ‘뭐야, 정말 일본이 사과를 했잖아, 그것도 꽤 진정성있어 보이게’, ‘그렇다면 정말 일본이 억울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이나 시민단체, 우리 정부 등에서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건 아닐까’ 등의 생각이 불안하게 스쳐갑니다.

하지만 일본 총리 아베는 ‘이번 합의로 전쟁범죄를 인정한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으며, ‘군과 관헌에 의한 납치와 같은 이른바 협의(좁은 의미)의 강제연행은 없었다’는 기존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꺼내길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10억엔의 일본 정부 출연금도 ‘배상금’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해 ‘법적 책임에 따른 배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베는 역사교과서 내용 전반을 국가가 개입하고 규제할 수 있는 ‘교육재생 실행회의’를 총리 직속으로 2013년 설치한 후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로 기술하도록 강제하는 것과 함께 위안부 기술을 삭제하거나 최소화하도록 하는 한편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으며 한국 정부가 소녀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 사실은 적극적으로 기술하도록 해 자의적으로 유리하게 편집한 역사를 다음 세대에게 주입하고 있습니다. 또한 216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에서 일본 대표단은 위안부 희생자들에 대한 어떤 제도적인 강압도 없었다고 공식 부인했습니다.

소극적인 사실 부정과 은폐뿐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위안부들을 모욕하는 거짓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불과 며칠 전인 627일에도 미국 주재 일본 총영사인 시노즈카 다카시가 조지아주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는 매춘부였다”고 망언을 한 바 있습니다. 이를 단순한 개인의 일탈된 사견으로 볼 수 없는 것은 정치가, 언론인, 시민단체 등 일본의 전 분야에서 지금도 이러한 망발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242명의 일본 국회의원 및 장관들이 미국 뉴저지주 신문의 대형광고에 “위안부들은 당시 세계 어디에나 흔히 존재했던 합법적인 매춘부였”고, “사실 장교나 심지어 장군들보다도 훨씬 많은 수익을 올렸고, 또한 좋은 대접을 받았다는 증거가 많다”는 주장을 실었었는데, 아베 신조도 이들 중 하나였습니다. 이 우익단체가 The Committee for Historical Facts’ 즉 ‘역사적 사실’을 위원회명으로 내걸고 있는 것처럼 이들이 믿고 주장해 마지않는 ‘사실’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인식 위에서 국제적 압력에 밀려 마지못해 사과와 보상을 표면화하긴 했지만 자신들이 믿고 있는 ‘역사적 사실’은 조금도 희생되지 않도록 교묘하게 점 하나까지 다듬으며 만들어진 것이 2015 한일 위안부 합의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당당하게 위안부 역사를 계속해서 부인하면서 합의대로 평화의 소녀상을 치우라고 적반하장으로 요구하는 작금의 현실이 가능한 것입니다. 위안부 합의 이후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서 “피해자 보상과 명예 회복, 진실규명 및 재발 방지 약속에 관해서는 합의가 충분치 않다”며 기존 합의를 수정하도록 권고한 것은 이에서 기인합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을 고노담화 등 주된 관련 역사와 함께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위안부 합의, 무엇이 문제인가

유엔과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는 물론 미국, 네덜란드, 캐나다, 유럽연합, 호주, 필리핀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외회 및 국제시민사회는 위안부 문제를 전쟁범죄이자 인도에 반한 죄로 파악하며 일본정부의 공식사죄와 배상, 역사교육을 요구하는 의견서나 결의문을 채택하였습니다. 궁지에 몰린 일본 정부가 이에 따라 구색을 갖추기 위해 ‘책임’, ‘사과와 반성’, ‘피해자들을 위한 정부 예산 10억엔 출연’ 등의 단어들을 넣어 일본 총리 아베를 대신해 외무장관이 합의문을 대독하게 된 것이 이번 합의입니다. 12.28 위안부 합의의 적합성을 국제 기준에 비추어 검토해보겠습니다.

유엔에서는 거의 매년 위안부 문제가 다루어져 왔고, 최근까지도 유엔의 결의들은 계속되고 있으며, 일본 정부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성노예 제도였으며 인도에 반한 전쟁 범죄인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14년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의 결의를 대표적으로 살펴보면, 공식적인 책임 인정 및 공개적인 사과를 하고, 범죄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통해 책임자들을 처벌하고, 피해자에게 합당한 배상을 실시하고, 모든 증거를 공개하며 교과서에 관련 내용을 기술하고, 이후에 피해자를 모욕하거나 사실을 부인하는 행위를 금지할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1) 잘못의 인정이 없는 사과?

합의문에 명시되어 있는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 ‘사과와 반성의 마음’과 같은 문구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사과하는지 그 내용이 부재할 때 공허한 빈 껍데기에 불과하거나, 더 중요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눈가리개로서 기능합니다.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는 서술은 아베를 필두로 한 일본 우익의 입장인 ‘위안부는 잘 대접받은 매춘부였고, 전시 특수상황에서 군이 수송 및 보호를 위해 합법적으로 동원 및 관리에 관여했을 뿐, 불법적인 강제연행은 없었다’와 양립 가능합니다. 일본이 느낀다고 표명했지만 그 이상의 설명은 부재했던 책임과 사과는 결국 일본 정부의 합의 전후 공식 발언들을 통해 이에 국한된 것임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인들과 국제사회 및 상식적이고 양심있는 모든 사람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기대하는 ‘위안부 소녀들이 일제에 의해 끌려가 성적노리개로 유린되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던 아픈 역사’에 대한 책임과 사과는 아닌 것입니다.

이정도의 수준도 1990년대 초반까지 우익들이 주장해오던 ‘위안부는 공창이었고, 민간업자들이 한 일이며, 국가적 관여는 일체 없었다’는 망언과 비교하면 진일보한 것이긴 합니다. 이는 1991년 김학순 할머니를 시작으로 피해자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1992년 요시미 요시아끼 쥬오대학 교수가 방위청 도서관에서 위안부 모집 등에 일본정부가 관여한 공문서를 찾아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양심있는 일본 학자들의 노력이 더해져 발견된 수많은 증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당시 위안부 문제에 관해 빠른 진전이 있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1993년 일본이 관방장관인 고노 요헤이의 이름으로 담화를 발표하게 되고, 이것이 바로 ‘고노담화’입니다. 고노담화는 위안부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모집된 사례가 많았고, “위안소에서의 생활은 강제적인 상황 하에서 처참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일본 ‘정부’가 아닌 ‘군’의 관여로 한정하긴 했지만 최소한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위안부는 창녀였다는 신념을 갖고 있기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던 아베는 2012년 고노담화를 수정할 의지를 피력합니다. 이후 미국의 눈치를 보며 ‘고노담화 수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고노담화 검증 결과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보고하는 형태로 공개할 때 ‘한 일 정부 간의 문안 조정이 있었다’며 고노담화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닌 외교적 협상의 결과물에 불과하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고노담화를 평가절하합니다. 여전히 변함없는 일본 우익들의 입장은 ‘위안부의 증언은 믿을 수 없고, 납치해 강제연행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기에 그런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잘못의 인정이 없는 사과가 사과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이러한 기만적 사과를 해놓고, 사과했으니 이 문제는 이제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됐고, 다시는 거론하지 말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는 소녀상도 치우라고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 계속해서 범죄 사실은 부정하며 피해자들을 창녀로, 거짓말쟁이로 모욕하는 만행을 뭐라고 불러야할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2) 합당한 법적 처벌 및 배상은 없고 돈으로 입막음만

일본이 10억엔을 출연했기 때문에 배상은 이루어진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정부는 이 출연금이 ‘배상금’이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배상’은 법률적 용어로, “남의 권리를 침해한 사람이 그 손해를 물어주는 일”을 말합니다. 10억엔이 배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일본의 속내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일본의 법적 책임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통해 모두 끝났다는 입장을 일본 정부가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일기본조약 내의 ‘한일 청구권 협정’은 박정희 정부가 일제의 식민 지배 피해에 대한 배상을 5억달러 차관을 받음으로 모두 끝내고, 피해를 본 개인들이 더 이상 일본을 상대로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하지만 청구권협정에서 위안부 강제연행은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었습니다. 앞서 고노담화에 이어 1995년에도 ‘재단법인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 기금’을 설립해 배상금이 아닌 돈을 지급하려던 역사가 있는데, 이것이 법적 책임론에 따른 배상이 아니라 도의적 책임론에 따른 위로금에 불과하기에 당시에도 시민단체와 대부분의 위안부 할머니들은 이에 반대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아예 없다고 주장하는 아베를 비롯한 일본 우익의 무지라 할까 파렴치라 할까 때문입니다.

여기서 보다 중요한 쟁점은 ‘법적 책임’입니다. 위안부 문제는 인신매매, 강제동원, 강간, 성노예화, 상해, 살인, 유기 등 가장 무거운 중범죄들을 총망라하고 있습니다. 가해자를 가려내 법적으로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입니다. 얼마 전 한 여성을 살해한 남성이 피해자와 연락을 끊고 살던 아버지에게 돈을 주며 합의해 선처를 호소한 결과 감형을 받아 국민들을 분노하게 한 사건이 있었는데,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는 이와 상당히 유사한 양태를 보입니다. 차이는 이 단순(?) 살인 사건에선 가해자가 감형을 받긴 했지만 법적 처벌을 아예 피할 수는 없었는데, 살인 및 인신매매, 강간, 성노예화, 상해 등의 종합범죄를 저지른 위안부 문제의 가해자는 피해자의 가부장적인 ‘조국’과 합의한 덕에 아예 어떠한 법적 처벌도 받지 않게 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와 같이 ‘인도에 반하는 범죄(Crime against Humanity)’에 대한 면책(impunity)이 법적으로 불가능함은 물론입니다. 또한 피해자가 살아있음에도 피해자를 소외시킨 것은 물론, 피해자들의 요구에 반하게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중대한 인권침해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국제사회의 기본원칙인 ‘피해자 중심의 접근(victim-centered approach)'을 아직도 전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것일까요. 심지어 ‘위안부가 화대를 받고 성을 판 매춘부였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는 일본 정부에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정과 법적 조처 없이 돈을 받아 문제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접근은 피해자들에게 더욱 큰 모욕적 함의를 갖고 있음을 주지해야 할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는 나치의 전쟁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뉘른베르크 재판이 있었죠. 나치 독일의 핵심 정치, 군사 지도자 24명을 침략 전쟁, 전쟁 범죄 및 유대인을 학살한 비인도적 범죄로 기소해 사형을 언도하는 등 독일은 그들의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법적 처벌은 커녕 A급 전범들을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놓고’ 계속해서 숭상하고 있으니 이들이 위안부 역사를 부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어두운 역사적 사실을 아예 부정하거나, 일부 인정하더라도 법적 책임은 피하겠다는 것이 꽃다운 시절을 참혹하게 유린당하고 평생 그 후유증 가운데 고통당해온 할머니들에게 ‘배상금’이 아니라고 밝힌 돈을 주며 입막음하려는 일본의 ‘혼네(속내)인 것입니다. 기시다 외무상이 회담을 마친 후 일본 기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잃은 것은 10억엔뿐”이라고 말한 것은 그런 연유입니다.

 

3) 진정한 회개 대신 거짓된 왜곡으로 역사를 새로 쓰기

‘회개(悔改)’란 잘못을 뉘우칠 뿐만 아니라 바르게 고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죠. 비록 세계 2차대전을 일으켜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파괴했고, 유태인들을 대학살한 홀로코스트라는 끔찍한 ‘인도에 반한 죄’를 저질렀지만 철저한 반성 및 책임자 단죄 이후 잘못된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자라나는 다음 세대에게 철저히 교육한 덕에 전쟁 상대국가였던 유럽국들과 평화를 이루고 명실상부 유럽연합의 지도국가가 된 독일은 진정한 회개로 아릅답게 역사를 새로 쓴 좋은 사례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전혀 다른 의미에서 역사를 새로 쓰려하고 있고, 2015 한일 위안부 합의는 그 일환입니다. 일본도 독일이 갔던 길을 함께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독일과 함께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것을 반성하며 일본이 국제 평화를 성실히 추구할 것과, 국가 간 전쟁을 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할 것을 평화헌법이라고도 불리는 ‘헌법 9조’를 통해 명문화했고, 1990년대 위안부 문제가 수면에 대두되자 1993년 고노담화를 통해 군의 관여를 인정하고 비자발적으로 처참한 위안부 생활을 했던 것에 사과하며 제한적이지만 시작으로서는 괜찮은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역사의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이것을 역사의 교훈으로 직시해 가겠다. 우리는 역사 연구, 역사 교육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오랫동안 기억하면서 동일한 과오를 결코 반복하지 않는다는 굳은 결의를 다시금 표명한다.”는 고노담화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아베를 선두로 한 일본의 우익들은 평화헌법과 고노담화를 백지화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 ‘더 이상 사과하지 않는’ 강한 국가가 되기 위한 단계들을 하나하나씩 밟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손들이 사과해야 할 만한 역사적 사실들은 역사교과서에서 지우며, 자신들이 원해는대로 거짓날조된 역사를 ‘사실’이라 주장하는 ‘역사 새로 쓰기’를 획책하고 있습니다.

고노담화 이후 1994년부터 일본사 교과서들이 위안부 문제를 기술하게 됐고, 고노담화 이후의 역사 연구는 물론 고노담화 내용 수록에조차 인색할 정도였지만 ‘강제연행’ 여부는 점차 반영되는 추세였습니다. 하지만 1996년부터 ‘밝은 일본 국회의원연맹’, 이듬해엔 ‘일본의 앞날과 역사 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모임’이 생겨났고, 아베 신조는 각각 사무국 차장과 사무국장으로 참여합니다, 이 우익 모임들은 ‘위안부는 합법적이고 자발적인 매춘부였다’거나, ‘난징대학살은 허구’라고 주장하는 등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난 과거사조차 은폐하고 정당화를 시도합니다. 그리고 갈수록 우경화하는 가운데 세력이 커진 일본 우익의 공격 및 교과서 채택제 개악으로 대체로 2005년까지 일본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서 위안부 기술이 사라지고, 고등학교 교과서도 2005~2007년 전후해 관련 기술을 삭제하거나 유지되더라도 책임주체나 강제성 부분을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가령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되었다”라는 내용은 “일본군의 위안부로 되었다”거나 “조선인 여성을 중심으로 각종 구실을 붙여서 권유하거나, 강제연행해서 종군 위안부로 삼았다”는 내용이 “조선인을 중심으로 많은 여성이 위안부로서 전지에 보내졌다”[1]로 바뀐 것인데 몇 단어의 수정으로도 ‘좁은 의미의 강제연행은 없었다’는 일본 우익의 주장과 합치되게 됩니다. 2015 위안부 합의문과 거의 판박이인 일본 역사교과서의 개악이 약 10년 전부터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지금 이 위안부 합의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10년 후에는 더 심각한 역사 왜곡과 개악이 있을 것임을 경고해줍니다.

일본 잡지 「윌」(Will)20124월호에서 위안부 여성들을 매춘부라 칭하며 ‘매춘부를 국민대표로 삼는 한국’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발표했으며, 2015[재일조선인의 특권을 허락하지 않는 시민회](약칭 재특회)는 연일 거리에서 “위안부는 매춘부”라며 증오언설(Hate Speech)를 했고, 일본의 한 록밴드는 20133, ‘매춘부 할망구들 죽여라’는 노래가 담긴 CD를 피해자들의 쉼터로 보내기도 했습니다.[2] 그 외 보수신문들과 우익 정치인들이 위안부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독하는 공격도 일일이 나열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유엔인권 최고대표인 나비 필레이가 발표한 성명대로 “이른바 ‘위안부’로 알려진 피해자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수십 년이 지난 이후에도 여전히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으며, 이들 여성에 대한 사법정의와 배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계속되기 때문에 이 문제는 과거사가 아니라 당면한 현재의 문제”인 것입니다. 일본 정부의 공식적이고 명확한 범죄 인정과 사죄 및 합당한 법적 처벌과 배상, 그리고 대중과 미래 세대를 향한 올바른 교육이 있을 때에만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 가능합니다.

 

3. 아시아에 진정한 봄이 오려면...

2015 한일 위안부 합의의 진정한 주역은 위안부 할머니들은 물론 아니었고 한국 정부도 아니었지만 의외로 일본도 아니었고, 바로 미국이었습니다. 미국은 커지는 중국과 북한의 압박에 맞서 미국의 ‘충성된’ 동맹인 한국과 일본과 함께 힘을 합치는 것이 필요했는데 역사 문제로 한일 관계는 갈수록 악화일로를 치닫던 상황이었고, 때문에 조속히 이 문제를 해결하길 원했던 것입니다. 당시 박근혜 정권은 의외로(?) 집권 3년 반이 넘도록 ‘피해자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이라는 원칙을 일본 정부에게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그 전에 한일정상회담은 없을 것을 공언하던 차였습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 해결에만 그 원칙을 한정하지 않고 경제적, 국제적으로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과의 정상회담 자체를 거부하며, 그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것은 외교적인 무리수였고, 결국 보다 못한 ‘큰형님’인 미국이 억지 화해를 시킨 결과물이 바로 이 위안부 합의였습니다.

201617일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정의로운 결과를 얻어낸 박 대통령의 용기와 비전을 높이 평가한다.”며 “위안부 관련 합의 타결은 북한 핵실험이라는 도전에 대한 한미일의 공동 대응능력을 강화시켜 줄 것이다.”라고 말했으며, 아베와의 통화에서는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합의된 데 대해 미국의 이해와 협력에 감사한다.”라는 인사를 받습니다. 미국은 한일 양측의 일정한 양보를 이끌어내 사과할 생각이 없는 아베 정부에게 ‘총리 명의의 사과와 책임’을 표명하게 하고 10억엔의 정부 예산 출연을 한 것으로 한국에게 위안부 문제는 이로써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으며, 즉 일본은 더이상의 사과나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노력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허용하게 했으며, ‘소녀상 철거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정치역학만을 생각하고 본질을 간과한 미봉책은 오히려 한일 관계가 한층 더 꼬이게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미국이 구상한 한미일 삼각동맹이 어그러지고, 혈맹관계인 중국의 암암리의 비호를 받으며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들 간에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역사는 아시아만이 아니라 유럽도 마찬가지였지만 동맹과 경협을 넘어 국가들의 연합체인 ‘유럽연합’을 이루어 평화와 공영을 이룩한 덕에 지금은 미국과 비등할 정도의 하드파워 및 소프트파워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 유럽연합을 주도하는 국가가 독일이라는 사실은 심대한 의미를 갖습니다. 물론 이에는 메르켈 총리 개인의 탁월함이나 독일이라는 국가가 유럽국들 중 최고의 국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긴 하지만 독일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 그만한 명망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가능할 수 없던 일입니다. 국가GDP는 독일보다도 일본이 높고(국가 GDP: 독일 38천억$, 일본 48천억$, 한국 15천억$ - IMF 2017 자료), 일본이 대단한 나라라는 것은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세계 2차대전 전범국이지만 오늘날 독일은 유럽의 존경받는 리더국가이고, 일본은 더 높은 GDP에도 아시아에서 그 대척점에 위치하고 있는 이유는 명약관화합니다.

피해자를 철저히 배제한 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는 소녀들이 강제로 위안부 생활을 했다는 것을 부인했고, 비공식적으로는 대놓고 매춘부였다고 말하는 일본의 정체모를 ‘사과’를 받고, 생존자들에게 1억 원씩 ‘위로금’을 던져주는 대신 이제 다시는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평화의 소녀상도 치우기로 한 위안부 합의가 이루어진 2015년은 2차대전 종전 70주년이었습니다. 이미 철저한 사과 및 과거청산을 했고, 홀로코스트 과거의 부정을 ‘표현의 자유’로 용인하지 않으며 나치범죄를 계속해서 집요하게 처벌한 독일은 종전 70주년 기념식에서 “과거에 대한 반성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현 총리인 메르켈을 통해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독일 정신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미국 코네티컷대의 역사학과 교수인 알렉시스 더든은 “일본 정부가 군사성노예 제도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는 역사를 모두가 알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러한 일본 정부의 태도는 분노할 일”이라며 “일본 국가의 정책에 의해 국경선을 넘어 수십만 명의 어린 여성과 소녀들이 그들의 뜻과 상관없이 강제로 납치됐음에도 불구하고 성노예 역사의 범죄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위안부 소녀상’ 앞에 겸손하게 무릎 꿇거나 서 보도록 공식적으로 초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동아시아학 학사를, 시카고대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더든 교수는 아베의 역사 왜곡에 항의하는 역사학자 500여 명의 집단 성명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더든 교수가 한일 양국 및 모든 관계국에게 주는 단호하면서도 아름다운 제언을 끝으로 글을 마치려 합니다. 우리는 어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가 정치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되더라도, 우리에게 이미 증명된 사실에 대해 다시 번복하라고 강요하는 한 화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양측 다 성노예 역사가 인류에 대한 범죄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 역사로부터 지속적으로 배우는 목적이 가해자를 미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런 범죄가 현재나 미래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것임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3]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한일 모든 국민과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그리고 아시아에 진정한 봄이 올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참고문헌>

<학술논문>

강정숙 (2016).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연구, 어디까지 왔나”. 창작과비평44 2, pp.482-497.

양기호 (2015). “한일갈등에서 국제쟁점으로”. 한국일본학회 학술대회, pp.281-286.

윤미향 (2016). “일본군‘위안부’ 문제, 타결이라니!. 기독교사상, pp.25-37.

정현백 (2016). 2015년 ‘위안부’ 문제 합의와 역사가의 책무”. 역사와현실99. pp.3-12.

조시현 (2016).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하나의 결산”. 황해문화90, pp.169-188.

 

<기타자료>

‘위안부=성노예=국가범죄’ 일본은 소녀상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2017.3.24) 여성신문.

“위안부는 합법적 매춘부라는 정치인들의 집합소, 아베 내각” (2017.6.18.). 미디어오늘.



[1] “위안부는 합법적 매춘부라는 정치인들의 집합소, 아베 내각” (2017.6.18.). 미디어오늘.

[2] 윤미향 (2016). 일본군‘위안부’ 문제, 타결이라니!. 기독교사상, 25-37.

[3] ‘위안부=성노예=국가범죄’ 일본은 소녀상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2017.3.24)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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