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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 in Gold’의 귀환과 국가 상대적 면제

 

 

김명정(과도기 정의, k2they2@gmail.com)

 

222.JPG



 

우리에게 꽤 친숙한 이 그림 <The Woman in Gold>은 미술가 클림트가 자신의 후원자이자 모델이었던 아델레(Adele Bloch-Bauer)를 그린 초상화이다. 유대인이었던 아델레는 이 그림을 포함하여 클림트의 작품 다섯 점을 소장하고 있었는데, 1941년 독일 나치가 다섯 작품 모두를 몰수해 갔다. 그녀가 죽고 아델레의 남편 역시 클림트의 그림을 조카들에게 남긴다는 유언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조카 Maria V. Altmann은 그림을 되찾기 위해 나치 몰락 이후 클림트의 작품을 소장하던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시도하지만, 오스트리아는 해당 작품을 자국의 보물이라 주장하며 3억 원 이상의 법정 비용을 요구하였고, 마리아는 어쩔 수 없이 소송을 취하할 수밖에 없었다. 일찍이 미국으로 난민신청을 하여 미국인이 된 그녀는 2006년 미국 법정에 오스트리아를 끌고 와 굴복시켰고, 마침내 그림을 되찾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예술계에서 큰 화제가 되어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예술계에서 못지않게 국제법계에서도 큰 화제를 일으켰는데, 바로 이 사건이 국가면제(State Immunity)’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클림트 그림의 극적인 귀환은 국가면제에 대한 이해 없이는 온전히 소화할 수 없다. 이 글은 클림트 그림의 귀환할 수 있게 한 상대적 국가면제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국가면제(State Immunity)

 

국가면제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미국 법정에서 오스트리아 정부를 소송하는 것이 평범한 행위인가에 대해 고민해보자.조금이라도 국제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것이다. 바로 국가면제,’  국가는 타 국가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국제법적 대원칙 때문이다. 만약 국가가 타 국가를 법정에서 처벌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위안부 할머니들께 범죄를 저지른 일본과 사드 보복이란 명목 하에 우리 기업인들에게 깡패 행위를 한 중국을 일찍이 국내 법정에서 단죄할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국가면제 원칙 때문에 국제사회는 그동안 국가 간의 문제를 법적 절차가 아닌 정치적, 외교적 방식으로 다루어 왔다.

 

국가면제는 국가 간의 주권 상호존중 원칙, 그리고 이에 기반한 세계평화와 질서를 위해 절대적이어야 한다고 여겨졌고,국가들이 서로에게 절대적인 면죄부를 주는 것이 관습이었다. 그런데 법이 아닌 이 크게 작용하는 국제정치적 생태계 속에서 많은 경우 정의가 희생되었다. 그러던 중 세계 1차대전 이후부터 국제사회는 절대적 국가면제에 대해 조금씩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국가가 전쟁범죄, 대량학살, 고문 등과 같은 강행규범(jus cogens)을 위반했을 경우에도 무조건 책임이 면제되어야 하는가?”, “국가가 상업적 활동 등 사법적 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면제가 적용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인권 개념이 발전하고, 국가들의 상업적 활동이 많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강행규범 위반과 관련해서는 뉘른베르크 재판과 극동국제군사재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시피 여전히 국가는 처벌받지 못하지만, 해당 범죄에 책임이 상당한 개인이 형사처벌을 받는 식으로 국제형사법이 발전되고 있다. 그리고 국가의 주권행위(acta jure imperii)라 보기 힘든 관리행위(acta jure gestionis)와 또한 상업적 행위, 즉 국가가 사법상의 주체로서 취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면제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지는 추세이다. 클림트 그림의 귀환이 바로 이 경우와 연관이 있다.

 

 

상대적 면제의 발전

 

그렇다면 국제 관습으로 오래 유지되었던 국가면제를 과연 어떠한 기준으로 제한시킬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국가면제에 어떤 조건을 두자고 명시해 놓은 국제법이나 보편적인 법칙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절대적 국가면제(the absolute immunity doctrine)’를 주장하는 파와, 특정 조건에서는 국가면제가 제한되어야 한다는 상대적 면제(the restrictive immunity doctrine)’ 파가 여전히 논쟁 중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국제사회는 상대적 면제 쪽으로 이미 많이 기운 상태다.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국제관습법에 영향을 주는 관련 국가들의 협약, 판례, 입법사례를 통해 추적해보자.

 

가장 먼저 국가면제에 조건을 둔 국제 협약은 1926년에 채택된 <브뤼셀 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이다. 브뤼셀 협약은 국가가 통상 목적을 위하여 국가가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국가 선박을 민간 상선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국가면제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약 20개국에 의해 서명되었다.[1] 이후 1972 <국가면제에 관한 유럽협약(European Convention on State Immunity, ECSI)> 서유럽의 통상협력을 위해 국가면제에 일곱 가지 예외를 규정하였으며, 가장 범세계적으로는 2004 UN총회가 채택한 국제법위원회(ILC) <국가 및 그 재산의 재판권면제에 관한 국제연합협약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Jurisdictional Immunities of States and Their Property, UNCSI)>이 국가면제에 8가지 예외를 두고 있다. UNCSI는 현재까지 28개국이 서명 혹은 비준하였고 30개국이 서명하거나 비준하면 이 협약에 효력이 발생한다.[2] (한국은 서명국이 아니다.)한편, 국가면제에 대한 국가들의 입법사례로는 대표적으로 미국과 영국을 들 수 있는데, 이들 역시 세계에 국가 소유의 무역회사가 많아졌기 때문에 그들의 불법행위에 대응하고자 했던 이유가 컸다. 미국은 1976년 외국주권면제법(Foreign Sovereign Immunities Act, FSIA)을 영국은 1978년 국가면제법(State Immunity Act, SIA)을 통과시켰다. (한국은 관련 법안은 없지만, 상대적 면제이론의 입장을 띈 판례가 있다.[3]) 이렇게 국가들이 국제협약 체결, 입법 혹은 판례법으로 국가면제에 제한을 두게 되면서 국가의 상업적 활동에 대한상대적 면제가 뉴노멀, 새로운 국제 관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마리아는 미국의 외국주권면제법(FSIA) 에 근거하여 오스트리아를 미국 법정에 세울 수 있었고 클림트의 그림을 되찾을 수 있었다.[4]

 

 

남은 과제

 

상대적 국가면제의 견해를 밝히는 입법, 판례, 그리고 국제 협약은 보통 절대적 국가면제를 인정하되, 그것에 제한을 열거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논란이 됐던 법적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과연 국가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2) 무엇을 기준으로 국가의 비 주권적, 상업적 행위를 판단할 수 있는가, 3) 행위의 성질이 기준인가 목적이 기준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나름의 법적 토대를 가지고 재판관할권 면제에 대해 태도를 보였다면, 다음은 상대적 면제로 외국이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외국의 집행 면제 여부와 외국을 대상으로 어떻게 법을 집행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가 따른다. 집행면제와 관련해서도 국가마다 상이한 입장을 보인다. 예컨대 영국의 SIA는 국가의 재산에 대해서는 해당 국가의 명시적 동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판결의 집행, 압류 또는 경매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지만, 예외적으로 상업적 목적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거나 그같이 의도된 재산에 대해서는 집행면제가 부여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외국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국가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하는 경우, 국유재산은 측량하는 방식 등 여러 파생되는 사안이 추후 국제사회에서 더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러한 합의에 가장 큰 어려움은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는 해외 무역을 국가가 독점하고 국가 자체가 주권자로 경제활동을 수행하기 때문에 공법 사법의 두 가지 주체로 양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5] 중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절대적 국가면제를 강력하게 표방하고 있다. 홍콩이 콩고의 사법적 불법행위에 대해 면제를 제한 시키려고 하자, 중국 중앙정부가 이를 개입하여 저지한 사례도 있다. 이렇듯 국제사회 구성원들이 전반적으로 상대적 국가면제의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범세계적 국가면제 제한의 기준과 방식에 합의하는 것에는 여러 정치적 제약이 따름을 기억해야 한다.

 

 

결론

 

국제사회에서 국가면제의 개념이 상대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은 과연 우리나라에 어떤 의미일까? 대한민국은 국가 상대적면제와 관련한 그 어떤 협약도 체결하지 않고, 관련 법안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국가상대적 면제와 관련하여 법적 기준을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성립해 나간다면, 문화재 반환, 위안부 문제, 중국 사드 보복 등의 문제에 있어 더 구체적인 법적 논리로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통일을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예비해가고 있는 이 시점, 북한 정부로부터 피해 받은 남북한 민간인에게 배상해줄 수 있는 새로운 토대를 고안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클림트의 그림이 기적처럼 그 주인을 다시 찾아갔듯이, 우리도 창의적이고 치밀한 법적 논리와 실천으로 기적을 만들어 가길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논문

김석현(2009), 국가면제의 기준 면제의 제한과 관련하여 『국제법평론』 2009I 통권 제29

이영진(2014), 외국국가의 재판권면제에 관한 연구『미국헌법연구』25 3

 

기타자료

Republic of Austria v. Altman, 541 U.S. 677 (2004)



[1] 이영진(2014), 외국국가의 재판권면제에 관한 연구, 미국헌법연구, 25(3), 321-412

[2] 2018 10 21일 기준, United Nation Treaty Collection Site: https://treaties.un.org/Pages/ViewDetails.aspx?src=IND&mtdsg_no=III-13&chapter=3&lang=en

[3] 이영진(2014), 외국국가의 재판권면제에 관한 연구, 미국헌법연구, 25(3), 321-412

[4] Republic of Austria v Altmann, 541 US 677 (2004)

[5] 이병조, “국가면제에 관한 제국의 입법동향”, 한국국제법학의 제문제(기당이 한기박사고희기념논문집, 1987, 56-60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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