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국제정치와 외교정책: 월츠의 세 가지 렌즈가 외교정책에 가지는 함의

 

 

홍예림(정치외교학, honglucy85@gmail.com)

 

1. 전쟁을 바라보는 세 가지 렌즈: 인간, 국가, 그리고 체제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국가들은 언제 협력하는가?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러한 근본적 질문은 전쟁의 참혹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던 인류에게 자연스럽게 주어진 궁금증이자, 동시에 국제정치학자들의 주된 학문적 과제이기도 했다. 이러한 국제정치가 학문으로서 발전하는 데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학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케네스 월츠(Kenneth N. Waltz)를 이야기할 수 있으며, 그의 저서는 아직까지도 국제정치 분야의 고전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한편 고전은 단순히 과거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을 뛰어넘어 시간이 흘러도 끊임없이 독자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이러한 점에서 월츠의 『인간, 국가, 전쟁(Man, the State, and the War)』는 고전이다. 그렇다면 그의 저서가 오늘날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의 분석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케네스 월츠의 『인간, 국가, 전쟁(Man, the State, and the War)』은전쟁의 발생을 줄이고 평화 수립의 가능성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논의를 시작한다. 하지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모든 시도에는 문제의 원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평화를 어떻게 성취할 것인가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전쟁의 원인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월츠는전쟁의 근본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나올 수 있는 답변들을 크게 인간 본성, 국가의 내부 구조, 그리고 국가들로 이루어진 국제 체제라는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그러나 하나의 결과를 분석함에 있어서 어느 한 가지 원인이 여타의 다른 원인들과 연관성을 지닐 수 있는 것처럼, 월츠가 제시하는 세 가지 렌즈 또한 상호관련성을 가진다.

          첫 번째 렌즈는 전쟁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을 인간의 본성과 행태에서 찾고자 한다. 여기에서는 전쟁이 인간의 호전성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 호전성은 수세기에 걸친 인간의 본성이라고 본다. 또한 이들은 인간의 한계는 선천적인 것이며 이러한 선천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욕망 또한 선천적이라고 본다. 즉 인간이란 완벽하게 이성적이거나 진실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존재가 아니며, 비관론자들의 견해를 더하자면 앞으로 그렇게 바뀔 가능성도 전혀 없는 존재인 것이다. 이와 유사한 의견으로 한스 모겐소(Hans J. Morgenthau)는 그 누구도 중재자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한된 재화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면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존재들 사이에 권력 투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권력을 위한 투쟁은 인간에 내재된 부도덕성을 근거로 하지 않더라고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은 권력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투쟁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사악함이 전쟁의 모든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라면 인간의 본생을 억제하거나 상쇄시키는 방안을 강구하면 되지만, 설명을 필요로 하는 현상은 너무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인간 본성이 유일한 결정 변수일 수는 없다.[1] 따라서 인간 본성은 고정불변이라고 가정할 때, 월츠의 관심은 인간 본성 이외의 변화 가능한 사회와 정치 제도인 두 번째 렌즈로 이어지게 된다.

          두 번째 렌즈는 각 국가의 내부 구조를 살펴봄으로써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여기에서는 전쟁이 대부분의 경우 전쟁에 참가하는 각 국가의 내부 단결을 조장하기 때문에, 내부 분쟁으로 시달리는 국가는 다른 국가의 불의의 공격을 기다리는 대신 국내 평화를 안겨줄 전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독재자가 자국민에게 주는 상실감이 사회 불안을 초래하고, 이러한 불안감이 해외에서의 무모한 행동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 내부 구조의 변화가 대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전쟁의 발생을 막을 수 있는가? 본보기로 삼을 수 있는좋은국가의 유형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이에 답하기 위해 월츠는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에 대한 자유주의적 견해를 제기한다. 그러나 이들이 국내 문제에 적용했던 논리와 다른 논리를 국제관계에 적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쉽게 이야기하면 이들은 국내의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되는지에 대한 우선적 이해도 결여한 채 국제관계의 문제를 국내 문제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할 것을 제안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월츠는 세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특정한 국가 양식 및 사회 양식의 보편화에 의존하려는 것은 완전하지 않을 수 있으며, 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선량한 국가는 세계 평화를 실현한다는 주장을 비판한다.[2] 이에 따라 국제관계의 실체를 구성하는 것은 국가의 행위지만, 월츠는 국제적 정치 환경 또한 국가들의 행동방식에 깊은 관련을 갖는다고 이야기하며 세 번째 렌즈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세 번째 렌즈는 전쟁을 초래하는 원인이 각기 일련의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 상위 권위체(higher authority)가 없는 상태에 있다고 본다. 월츠는 스피노자, 홉스, 루소, 칸트 등의 사회계약론 이론가들을 언급하는데, 이들은 국가를 인간과 비슷한 존재로 가정하여 국가란 생존에 대한 욕구를 지니는 동시에 이성에 기초한 문제 해결 능력을 일관되게 보여주지는 못하는 존재라고 가정한다. , 이들은 국제사회에서의 국가의 행위가 자연 상태에서의 인간의 행위를 비교하면서 상위적 권위체가 부재한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과 공존하는 국제정치적 환경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국가는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다양한 갈등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를 방지하고 조정할 수 있는 상위 수준의 권위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전쟁의 필연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세 번째 렌즈를 통한 분석에서 평화를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은 세계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지만, 이는 실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한계를 안고 있다.[3]

 

 

2. 국제정치와 외교정책 간의 연관성

 

          월츠가 제시하는 세 가지 렌즈는 서로 다른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세 가지 이미지는 상호보완적이고 연관성을 지니며 전쟁의 원인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분석은 국제정치뿐만 아니라 외교정책을 설명하거나 예측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논의하기에 앞서 월츠의 분석이 외교정책을 설명하거나 예측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은 국제정치와 외교정책이 어떠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두 분야의 관계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제정치는 전쟁이 왜 발생하는지, 국가 간 협력은 어떻게 발생하는지, 국가의 행동을 어떻게 예측 가능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주로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국제정치는 여러 국가의 외교정책의 결과로서 발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외교정책분야와 유사한 점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와 외교정책은 다르다. 외교정책은 구조나 체제와 같이 거시적인 요소가 아니라 한 국가의 내부로 들어가 국내 정치체제, 지도자 개인의 역할과 심리 등을 총체적으로 분석하여 한 국가의 행동, 특히 그들이 내리는 외교정책결정에 대해 분석하는 학문이다.[4] 월츠를 비롯한 많은 국제정치학자들도 국제정치이론과 외교정책이론은 엄연히 다른 분야라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월츠는 전쟁에 대한 원인을 세 가지 이미지를 통해 고찰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이러한 분석법은 국제정치뿐만 아니라 미시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외교정책을 분석할 때 사용하더라도 많은 부분들을 설명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이미지인 개인 차원을 통해 외교정책을 분석한다면, 히틀러라는 개인의 성향과 권력에 대한 열망이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팽창주의적인 외교정책결정에 기여했다는 사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두 번째 이미지인 국가 차원에서는, 국내적 관심도가 높은 외교정책은 국내 여론 혹은 사회 분위기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사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국민의 목소리와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외교정책이 결정되거나, 그 과정에서 여러 협상과 국내적 여론을 고려함으로써 한 국가의 외교정책은 국가 차원의 접근에 영향을 받는다. 세 번째 이미지인 체제 차원은 국제정치 환경에 대한 기본적 전제조건으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한 국가는 이러한 환경 아래에서 외교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따라서 한 국가의 외교정책이 체제 수준의 접근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며, 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는 한 국가의 동맹정책을 들 수 있다. 현실주의적 관점에 기반하고 있는 국제정치 환경은 무정부상태를 근간으로 한 힘의 분배에 대한 가치와 이에 따른 세력균형을 중시한다. 한 국가가 세력균형을 추구하는 방식에는 크게 내재적 세력균형(internal balancing)과 외재적 세력균형(external balancing)이 존재하는데, 후자는 대체로 다른 국가와의 동맹정책을 통해 실현된다. 따라서 한 국가는 체제적 특성에 제약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추구하는 주요한 외교정책인 동맹정책은 월츠가 주장하는 현실주의적 전제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3. 결언: 세 가지 렌즈가 외교정책에 가지는 함의

 

사회과학분야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상당한 불확실성을 수반한다. 따라서 월츠가 제시하는 세 가지 렌즈와 그것이 외교정책을 분석하는 데에 지니는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고 해서 우리가 다가올 한반도의 국제정세가 어떠할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국제정치 분야는 상당히 거시적인 접근을 시도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외교정책 분야에서 다루는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현상들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월츠의 세 가지 렌즈를 가지고 북한이 2019년에 어떠한 외교정책노선을 추구할지, 미국 지도자의 심리가 중국의 외교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제정세는 크고 작은 우연과 필연들이 맞물려 셀 수 없이 많은 경우의 수를 만들어낸다. 이렇게만 보면 국제정치와 외교정책은 마치 완전히 별개의 학문인 것처럼 취급되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국제정치와 외교정책은 서로 독립적인 특성을 가지지만, 동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끊임없이 주고받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모든 국가가 암묵적으로 따르고 있는 국제정치 환경은 한 국가가 외교정책을 수립하는 데에 고려해야 할 전제조건이다. 한편 미시적인 관점에서 한 국가가 결정하고 실행하는 모든 외교정책은 다른 국가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상호작용이 모여 국제정치의 구조를 형성 혹은 변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월츠가 제시한 세 가지 렌즈는 어떤 결과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원인을 모색하는 설명력과 특정한 원인이 존재할 때 어떠한 결과가 발생할 것인지 전망할 수 있는 예측력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강력한 분석도구일 것이다.

 

 

참고문헌

 

 

J. 미어셰이머, 이춘근 역,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미중 패권경쟁의 시대

한스 J. 모겐소, 이호재, 엄태암 역, “국가 간의 정치: 세계평화의 권력이론적 접근

이근욱, “국제정치와 외교정책”, 『현대외교정책론』



[1] 케네스 N. 월츠, 정성훈 역, “인간, 국가, 전쟁: 전쟁의 원인에 대한 이론적 고찰” (서울: 아카넷), pp.37-69

[2] 케네스 N. 월츠, 정성훈 역, pp.119-173

[3] 케네스 N. 월츠, 정성훈 역, pp.221-257

[4] 이근욱, “국제정치와 외교정책”, 『현대외교정책론』 제4, (2016), pp.89-9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우리가치 2019년 2월/12호] 국제정치와 외교정책: 월츠의 세 가지 렌즈가 외교정책에 가지는 함의 WalkerhoduJ 2019.02.16 24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