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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4차 산업혁명의 충격] 북리뷰-

 

 

 

이주영(사회학, 7pioneer7@hanmail.net)

 

 

미래를 본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일입니다. 다만 예측할 뿐이죠. 어떤 예측은 맞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예측은 우스꽝스럽게 끝나고 맙니다. 다행히 이 책은 섣불리 미래를 단정하는무리수를 두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제한될 수밖에 없는 지식과 시야로만 쓰인 책도 아닙니다.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세계 최고의 전문가 27인이 오늘날 기술 발전의 추이와 현실의팩트fact’들을 설명하는 것에 중점을 두며, 그 탄탄한 기반 위에서 미래에 대한 각자의 전망을 짤막하게 더한 것이기에 신뢰도에서나 상반된 시각을 비교해보는 재미면에서도 뛰어난 책이라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 생각해 보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그 말 많은 ‘4차 산업혁명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지 정체를 파악하는 일일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기술 및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 기술(ICT)과의 융합을 통해 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되고 제품과 서비스가 지능화 되면서 경제, 사회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i].” 사전적 정의는 사실 집중해서 여러번 읽어도 과학 비전문가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와 닿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3D프린터, ‘IoT(사물인터넷)’빅데이터융합이니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봤고, 각자에 대해 기본 지식은 갖고 있었지만 이 책의 여러 사례들과 설명들을 종합한 후에야 마침내 ‘4차 산업혁명이란 전체의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대한 정확하면서도 흥미있게 독자분들께 전달해 드려보려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 무르익은 가까운 미래에 사람들은 TV시리즈 스타트랙에 나왔던 만능복제기 ‘replicator’처럼 버튼만 누르면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갖게 될 것입니다. MIT 비트-아톰센터 소장인 닐 거쉰펠드는 현재 과학자들에게 이것이 이미 현실이며, 수많은 연구실에서 어떤 구조든 원하는 대로 개별 원자와 분자를 배열하는 공정이 개발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미 한 비전문 총기 제작자가 3D프린터를 이용해 강력히 규제되고 있는 반자동소총인 AR-15의 하부를 만들거나, 해커에 의해 경찰의 수갑 열쇠가 3D프린터로 복사되기도 했고, MIT 학생들은 여행용 가방 마스터키를 실습으로 만들어내는 등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반 복사기가 2차원 평면의 내용물을 다른 2차원 단면에 찍어내듯이 3D프린터는 입체적인 3차원 사물을 그대로 복사해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3D프린터는 3차원 복사 기능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사물로 바꾸어내는 3차원 출력 또한 물론 가능합니다. 컴퓨터 상에 데이터로 존재하는 문서 정보를 프린터로 인쇄하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3D프린터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날 수 있는 드론(무인비행기)을 볼 날이 머지 않았으며, 3D프린터는 심지어 스스로를 복제해 또 다른 3D프린터를 무한대로 만들어내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이 자체로도 놀랄 만한 기술 혁신이지만 이것이 다른 분야들의 혁신과융합되는 상황을 이해할 때만이 그것이 가진 진짜 힘과 파급력을 제대로 알 수 있게 됩니다. 먼저 ‘ICT(Information&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등 인터넷과의 융합입니다. 오늘날 인터넷과 연결된 개인은 세계 인구의 절반이며, 기기는 135억 개에 이릅니다. 세계 최대의 통신 장비 업체인 시스코 회장인 존 체임버스와, 부회장 윕 엘프링크는 몇 년 남지 않은 2020년에는 이 수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 기기는 500억 개로 증폭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일상의 사물들에도 1달러면 살 수 있는 손톱만한 크기의 웹서버를 장착함으로써 인터넷을 통한 정보 교환이 가능해집니다. 닐 거쉰펠드(MIT 비트-아톰센터 소장) JP바쇠르(시스코시스템즈 사물인터넷 수석 설계사)가 그리는 사물인터넷이 가져올 가까운 미래는 유토피아적 공상과학영화를 연상케 하지만 이미 상당히 현실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약병과 선반에 인터넷이 연결되며 건망증 있는 환자에게 언제 약을 먹을지, 의사에게 투약 시기를 언제 놓쳤는지 알려주며, 바닥은 고령자가 넘어졌을 때 도움을 요청합니다. 냉장고는 식료품점과 커뮤니케이션해 스스로 식품 재주문을 하거나 제조업체에 유지보수 타이밍을 알려주고, 집안 스위치와 온도조절 장치는 거주자의 공간 이용률을 고려해 스스로 작동을 조절합니다. 도시의 교통 신호, 상하수도 등 기관 시설들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도처의 사물인터넷이 수집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빅데이터라 불리는)은 최적화된 편리함과 효율성 이상의 가치, 지금으로선 제대로 가늠조차 어려운 세상을 뒤흔들 가공할 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IoT 3D프린터가 융합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무엇이든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만드는 것이 가능해지는제조혁명이 일어납니다. 데이터가 사물로 변하고, 사물이 데이터로 변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물리적 제약과 시간적 제약은 극소화됩니다. 제조 데이터가 인터넷을 통해 현지 생산설비에 전달되어 언제 어디서든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며 주문 당일 제작에서 배송까지 완료되는 일도 가시권 안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와 같은 제조혁명에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탑재한 로봇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 소장인 다니엘라 리스가 보여준 오늘날 로봇 기술의 발전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이미 로봇컵(로봇 월드컵)에서 로봇들은 팀을 이뤄 서로 드리블과 패스는 물론 골도 넣으며 인간의 기본적 동작들을 흉내내고 소화할 뿐만 아니라 다른 로봇과 상호작용을 하는 데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간과의 상호작용도 가능한데 최근 이 MIT 연구소에서 개발한 이케아 가구 조립 로봇들은 협업해 조립품을 만들다 책상 다리 등의 부품이 로봇 손에 닿지 않는 위치에 있을 때 문제를 인식, 인간에게 그 부품을 요청하는 영어 문장을 쓰는 적절한 반응을 했고, 부품을 받은 후엔 작업을 재개했습니다. 제조업의 완전 자동화는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활용 범위는 제조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업과 사무직까지도 확장될 것입니다. 사실 이 책이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인공지능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다룬 장이 없었다는 것인데, 2015 12월까지의 글들을 모은 것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만 합니다. 2년이라는 인간들에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인공지능은 놀라운 진화를 거듭했기 때문이죠. 전 세계 바둑 챔피언인 우리나라의 이세돌 선수와의 바둑 대국에서 4:1로 압승하며 구글의 인공지능알파고가 세계적 명성을 떨치게 된 것도 벌써 1년 반이 지난 2016 3월입니다. 그 사이에 탄생한알파고 제로는 고작 72시간의 학습만에 지난 10월 그 알파고를 100 0으로 누를 정도로 경이로운 발전을 거듭 중입니다. 알파고는 그동안 누적된 방대한 양의 인간들의 바둑 데이터(기보)를 공부벌레처럼 학습한 데 반해, 알파고 제로는 기존 데이터 없이 바둑 규칙만 제공받은 채로 스스로 독학을 통해 얻은 결과라 하니 더욱소름 돋는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불과 몇 주 전(2017 12 5) 이 알파고 제로의 새로운 버전인알파 제로가 저 알파고 제로를 학습 24시간만에 또다시 제압했다는 논문을 구글에서 발표한 것입니다. 알파 제로는 다른 AI가 여러 가능성을 광범위하게 비효율적으로 탐색하는 것과 달리심층 신경망을 통해 선택적으로 소수의 가능성을 집중 탐구했으며, 사람이 더 오래 고민할수록 더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가능성이 큰 것처럼고민하는시간이 길수록 결과물의 질도 크게 향상되는 등사람처럼사고하는 듯한 양상을 보였다 합니다[ii].

 

  현재 기술 진보의 속도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의 체감 여부와는 상관없이 전광석화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미 많은 부분에서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2020년에는 자율주행차량이 시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구글의 자율주행차량은 2016년 말까지 320km 가량을 주행하며 고작 열한 번의 가벼운 사고만 있었고, 그것도 대부분 사람의 실수로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알파 제로의 자율주행차량 버젼 인공지능이 시야가 제한되고 집중력의 한계가 있는 인간보다 전방위 센서와 위성 GPS를 이용해 그 어떤 인간 운전자보다도 안전하게 차를 모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몇 발짝 남지 않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 분야에 걸친 산업구조 개편이 필연적으로 따를 것입니다. 그 가까운 미래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사무직뿐만 아니라 전문직까지도 현재 인간이 하는 일들의 상당수 또는 대부분은 기계가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불가역적인 변화입니다. 1810년대 영국 섬유 노동자들이 방직기 도입을 반대하며 기계를 부쉈던 러다이트 운동이 1차 산업혁명을 막지 못했던 것과 같이 말입니다. 증기의 힘을 이용해 기계를 돌리며 인간이 낼 수 있는 힘의 수십배 수백배의 일이 가능해지기 시작했고, 증기기관차와 자동차가 생겨나며 인간이 낼 수 있는 속력보다 수십배 수백배 빠른 이동이 가능해졌으며, 전기의 발명으로 인한 전등, 전화, TV,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개발은 수천년간 인간들이 넘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시간적, 공간적, 물리적 제약들로부터 인류를 자유롭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와 인터넷의 개발과 상용화에 이어 72억 세계 인구의 1/3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으로 인해 인류는 무한대의 정보에 대한 접근권과 인간 상호간의 소통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의 혁명적 진보가 인류에게 더 많은 자유와 행복, 더 높은 삶의 질을 가져왔는지는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진보가 우리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킬지는 더욱 감도 잘 오지 않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기존의 1, 2, 3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노동 환경을 엄청나게 변화시키며 기존의 직업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했을지언정 계속적으로 인간의 노동을 필요로 해왔지만, 200년간의 연속된 천지개벽적 혁신과 진보에 의해 이제 극소수의 창의적인 직업군을 제외하고는 인간의 노동을 더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를 눈앞에(비록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보고 있지 못하지만)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바실리 레온티예프는 노동 가치로서 인류의 미래를 말(horse)에 빗대 설명합니다. 미국의 가장 주된 교통수단이었던 말은 19세기 초 전신의 발명이 포니익스프레스를 대신하고, 철도의 개발이 대형 마차를 대체할 때도 1840~1900년에 6배나 증가해 2100만 마리에 이르렀습니다. 농장뿐 아니라 도시 중심부에서도 사람과 화물 운송의 수요가 급성장하며 전성기를 누린 것입니다. 그러나 20세기 초 자동차가 상용화되자 반세기 만인 1960 300만 마리로 88%나 감소하게 됩니다. 신기술의 출현과 발전이 연쇄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초기에는 기존 노동에 대한 약간의 대체 수요는 있어도 새로운 노동 수요들이 더 많이 창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술 진보가 더욱 박차를 가해 완전 대체가 가능해지는티핑 포인트를 지나면 노동력으로서 그 운명은 끝나는 것입니다. 현재 승마용으로만 소수의 말이 남은 것처럼, 대체 불가한 소수의 고기술과 고창의성 직군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종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기술이 새로운 고기술과 저비용 달성을 거듭하다 특정 시점, 즉 상용화 가능 시점에 도달하는 수십년 내에 완전대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컴퓨터의 역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완전히 상관이 없어보이던 신기술의 도래와 발전이 인류의 삶의 모습을 완전히 뒤바꾸는 경로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줍니다. 1950년대 수십만 달러(수억원)의 가격으로 정부와 기업, 연구소에서만 쓰던 거대한 계산기였던 컴퓨터는 1960년대에는 크기와 함께 가격도 수만 달러(수천만원)로 작아지며 여전히 개인이 접근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연구기관, 대학, 중소기업에서는 감당할 만한 수준이 됐고, 이에 이메일, 워드프로세서, 비디오게임, 음악 등 현재 컴퓨터의 주요 탑재 기능들이 모두 개발됩니다. 1975년에 드디어 취미용 컴퓨터가 등장해 조립된 형태로는 1,000달러(100만원), 키트 형태로는 400달러(40만원)에 판매되며 성능은 보잘것없지만 컴퓨터 선구자 세대의 삶을 바꿔놓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1981년에 IBM의 개인용 컴퓨터가 나오며 진정한 개인용 컴퓨터(PC: Personal Computer)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스티브 잡스가 1976년 첫 번째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어내 HP의 임원에게 보여주었을 때대체 일반인에게 컴퓨터가 왜 필요한가?”라며 무시를 당했다는 일화는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인터넷이 1969년 군사용 목적으로 개발되어 최초의 데이터를 전송한 이래로 컴퓨터와 더불어 발전을 거듭한 끝에 현대의 가장 평범한 소시민들에게도 그 없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과 로봇은 지금 우리 옆에 놓여있는 스마트폰처럼 사람들의 일상 도처에 깊이 파고들어 삶의 모습과 방식을 완전히 변화시키게 될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공상과학 영화 속 장면처럼만 느껴지지만 세계대전과 같은 역사의 흐름을 역행시키는 대참사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수십년 안에 현실화될 것입니다. 

 

  말의 사육수를 환경 변화에 따라 반세기 전 88%나 줄인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그것이 존재 자체로서존엄성을 가진 인간의 문제가 되는 날이 약 반세기 후에 올 것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완전 자동화된 공장, 자율주행 차량이 운행하는 교통수단과 물류 수송, 서비스 로봇이 맞이하는 식당과 상점, 고층 건물을 가득 채웠던 사무직 인력들이 담당했던 업무를 처리하는 노트북 크기의 인공지능이 현실화되는 미래 말입니다. 현존하는 생계수단 대부분을 가까운 미래에 로봇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인류의 운명에 경종을 울립니다. 물론 새로운 직종들도 생겨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극소수의 엘리트들이 담당하고 있는 매우 높은 수준의 창의성과 기술을 갖춘 몇 가지 직군에 한정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에 걸맞게 자라나는 세대들을 위한 교육 과정의 재편과, 기존 노동자들의 재교육 시스템 고안이 혁신적 수준으로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정확한 비율은 예측이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이미 나날이 악화일로에 있는 부의 편중과 불평등 문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디지털 자본시대는 승자독식(winner-takes-all)현상과 그 가능 폭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확대될 것입니다. 요즘 가장핫한’ SNS인 인스타그램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는데, 이 사진 공유 플랫폼인 디지털 제품은 기타 비숙련 인력이나 물적 자본 없이 단 14명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인스타그램은 디지털 시대에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빠르게 유행했고, 불과 1년 반만에 75천만 달러( 8천억원)에 매각하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점은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적인 사진 회사 코닥이 파산을 맞은 몇 개월 후였습니다. 코닥은 전성기에 144천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수십억 달러의 자본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급변하는 시대 가운데 변화에 실패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유사한 디지털 플랫폼인 페이스북을 만든 1984년생 마크 주커버그[iii]의 재산은 732억 달러로, 한화로는 약 78조원에 달합니다. 수십년간 세계 1위의 부호를 지키고 있던(가끔씩 2위를 할 때도 있었지만 늘 다시 탈환한) MS사의 빌게이츠의 순 자산은 913억 달러로, 2017년 부호 순위에서는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의 CEO 베저스(996억 달러)에게 세계최고 부호의 자리를 잠시 빼앗겼습니다.

 

 이 세 사람을 제외하고 워런 버핏과, 패션브랜드 자라의 오르테가 회장이 블룸버그의 세계 억만장자 상위 다섯 명에 올라 있는데 이들의 재산을 모두 합하면 4255억 달러로, 지난해 우리나라 GDP의 약 30%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이를 통해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초단계에 있는 오늘날 하이테크놀로지와 독보적인 창의성을 가진 자들을 중심으로 부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며, 이전 시대의 부호들이 수많은 노동자들을 포함해 필요한 각종 중간 자원들을 제공한 자들에게 부를 나눌 수밖에 없던 제약이 현저하게 감소하며 엄청난 부의 집중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역사상 유례없는 거대한 위험과 기회의 공존은 노동 분야와 그에 수반될 불평등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소름 돋음’을 느꼈던 파트는 ‘합성생물학’ 분야였습니다. 인간 게놈을 구성하는 모든 유전자 염기서열을 밝혀 인간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는 Human Genom Project2003년 완결되었을 때만 해도 저는 이것이 어디에 쓰일 수 있을까 하는 어린 의구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컴퓨터 상의 DNA 염기서열 코드가 DNA를 재료로 한 3D프린터와 ‘융합’될 때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2010년 성공한 이 인공 생명체의 ‘창조’는 기존 바이러스의 DNA 염기서열 코드 정보를 토대로 좀 더 크고 복잡한 새로운 유전자 염기서열을 조합했고, 그 데이터가 3D바이오프린터를 통해 물리적 실체를 갖게 됨으로써 만들어 졌습니다. ‘창조자’들은 이것이 움직이고 섭취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복제하는 모습까지 지켜보며 역사적인 한 발을 뗐음을 직감했을 것입니다. 비록 바이러스가 생명체 중 가장 단순하긴 하지만 현존하는 모든 고기술들도 초기에는 가장 간단한 수준에서부터 시작했다는 사실은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미 외교협회 글로벌 헬스 부문 선임연구원인 로리 개릿은 생물학자들이 이제 바라던 대로 새로운 생명체를 코드화하는 공학자로 자리매김했다고 평하며, “한 세대에서 공상과학으로 여겨지던 것이 또 다른 세대에서는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인상적인 말을 남깁니다.

 

  이 새롭게 다가올 표준은 가공할 만한 위험과 기회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2003년에 Human Genom Project가 완성될 당시에는 160여개 연구소의 과학자 수천명이 참여해 10년이라는 세월과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필요로 했지만 불과 10년 만에 집에서도 몇 천 달러면 24시간에 생명체의 전체 게놈에 대한 염기서열 분석이 가능해졌습니다. 지금도 자동화 염기서열 분석 장비가 유전자 정보를 해독해 대형 컴퓨터에 어마어마한 양의 DNA정보를 저장중입니다. 더욱 누적된 이 데이터가 더 발전된 3D바이오프린터 기술과 ICT와 융합되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는 공상과학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한 컴퓨터에서 디자인한 유전자 염기서열 코드를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면 어디든 3D바이오프린터에 보내 원하는 생명체를 원하는 만큼 그곳에창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외관상 평범한 트윗이 게놈 코드가 담긴 무명 사이트로 연결되어 3D바이오프린터로 출력될 때 그 결과물은 인류를 위협하는 독감의 백신일 수도 있고, 대장균처럼 모든 인간의 소화기관에 사는 간단한 구조의 박테리아를 그 어떤 바이러스보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살인 세균으로 변형시키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이미 상용되고 있는 군사용 로봇과 드론이 전쟁터를 가득 채우게 되는 날 그로인해 살리는 인간이 많을지, 살해될 인간이 많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현재 초보 단계인 로봇 보철이 완성도를 더해가 인간 신체의 편리함과 기능을 능가하며 멀쩡한 사람도 자발적으로 인체를 로봇체로 교체해 ‘트랜스휴머니즘’이 되는 에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와 같은 미래가 축복이 될지 저주가 될지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또한 인공지능과 ICT의 융합은 지금도 쉴 새 없이 모든 분야에서 수집되고 있는 인간의 모든 종류의 정보가 담긴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이 인간들의 상상 범위를 뛰어넘는 방법으로 해석해내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그 해석이 인간의 난치병을 정복하고, 인간을 위협하는 수많은 위험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작용할지, ‘빅브라더’처럼 인류의 완전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역사상 유례없는 무시무시한 위험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이 모든 인류 기술 진보의 화룡점정은 인공지능이 마침내 모든 인류의 지성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초 인공지능’으로서 완성되는 '기술적 특이점(TS: Technological Singularity)'일 것입니다. 기술적 특이점이 정말 올 것인지는 세계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는 부분이지만 많은 세계적 석학들은 35~50년 안에 이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iv]. 이러한 ‘초 인공지능’이 인류의 최대 발명품이자 ‘마지막 발명품’이 될 것인지(인류가 멸망하게 될지), 인류의 약점들을 보완해 유토피아를 이룩하게 해줄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참으로 인류에게 이처럼 거대한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시대는 이제까지 없었습니다.

 

 

수천년간의 거듭된 발전 끝에 돌을 깎아 만든 주먹 도끼를 사용하던 인간은 버튼만 누르면 스스로 움직이며 거대한 힘과 정교한 가공도 가능한 기계를 갖게 되었습니다. 물건 운반을 위해 밑에 통나무를 깔고 끌어야 했던 인류는 스스로 장애물을 피하고, 위성 GPS와 연결되어 최단 거리를 찾아가는 자율주행차를 만들어냈습니다. 흙을 구워 만든 빗살무늬 토기에 잡은 물고기를 넣고 흙 속에 묻어뒀던 인간은 이제 냉온 조절은 물론 재고 소진 시 스스로 주문해 채워 넣는 것도 가능한 최첨단 주방 설비를 갖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물고기는 몇 개의 유전자를 조작한 GMO식품을 넘어 3D바이오프린터로 찍어낸 합성생물일 가능성도 더 이상 배제할 수 없는 미래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커다란 맹수들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게 작은 미생물과 세균으로부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팔다리를 잃고 생명을 잃던 인류는 그 모든 자연의 위험을 비약적으로 정복했을 뿐만 아니라 로봇보철로 더 나은 팔다리를 갖게 되거나 나노 크기의 극초소형 로봇을 혈관에 투입해 암덩어리를 떼어 낼 수도 있고, 그 기술로 인해 인류가 멸절되거나 인류는 살아남아도 인간성이 파괴될 수 있는 등 모든 시나리오가 가능한 미래를 갖게 되었습니다.

 

인류는 그 숱한 고비와 불가능을 넘고 또 넘어 이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서있습니다. 이것은 불가역적 흐름이며, 터닝 백(turning back)은 없습니다. 쟁점은 우리가 그 문을 준비된 채로 들어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여부일 뿐입니다. 사회를 수많은 인간들을 태운 거대한 수레라고 할 때 이를 지탱하는 두 바퀴를 하나는 기술 등 물리적 기반이고, 다른 하나는 윤리 등 정신적 제도적 기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기술 쪽 바퀴는 비대한데, 윤리 쪽 바퀴는 극소한 기형적인 비대칭적 구조에 의해 사회라는 수많은 남녀노소를 태운 수레가 매우 위태위태한 형국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의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이 강조하는 것과 같이 “우리는 미래를 만들되 사람을 제일 우선으로 하고, 미래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파괴적 혁신의 힘이 기존 질서를 붕괴시킬 것이지만 이것의 미래 진로는 인간의 통제 밖의 외부의 힘이 아니며, 우리가 이 인류의 절체절명의 과제를 혁명을 이끌 책임성과, 장기적 안목, 틀을 깨는 사고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수행하는 여부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MIT 슬론경영대학원 경영학과 교수인 에릭 브리뇰프슨과, MIT 디지털경제연구소 공동창업자인 앤드루 맥아피의 주장과 같이 인간의 노동 수요가 최소화되는 ‘노동절약형 경제’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줄어드는 일자리와 빈곤의 문제로 고통받게 되는 문제에 맞서 우리는 우리가 공유하는 목표와 가치를 이룰 수 있도록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경제적 영역에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또한 카네기멜론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인 일라 레자 누르바흐시가 강조하는 것과 같이 인간과 안전하게 상호작용하고 공공을 위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도록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윤리교육의 강화와 정부의 제도 설계를 서둘러야 합니다.

 

결국 문제는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기를 원하는가’이며, ‘그것을 위해 지금 우리가 어떠한 노력을 하는가’가 그 답을 결정할 것입니다.

 



[i] 다음 사전

[ii] 중앙일보(2017.12.7), “신() AI ‘알파 제로’ 4시간 만에 체스 정복, 바둑은 하루 걸려.

[iii] 머니투데이(2017.12.23), 세계 5대 갑부 재산= GDP 30%.. 극단적인 소득 불평등.

[iv] 중앙일보(2017.12.12), 알파고 제로 진화 “40일 만에 3000년 인간 지식 익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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