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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 > 2015년05월 128호 > 인물
‘국제법 전도사’ 성재호 대한국제법학회 회장
“이제는 총칼 아닌 국제법 조문 한 두 개로 
국가가 난관 봉착하는 시대입니다”
기사입력 2015.05.27 17:36

 
- 지난 1월 대한국제법학회 회장으로 선임된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법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국제법 전도사’다.

대한국제법학회는 1953년 한국전쟁 정전협상 중 설립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법학회로, 독도 영유권이나 한중일 3국간 영토문제, 통상문제 등 국제 현안의 법리적 근간(根幹)을 연구하는 모임이다. 국내 국제법 전문가 200여명이 모여 국제법 관련 연구·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1월 회장으로 선임된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법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국제법 전도사’다. 국제법 강의로 명성이 높은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조교수를 지냈으며 국제법평론회 회장, 국제경제법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성재호 회장을 만나 대한국제법학회의 활동과 국제법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1998년 한국과 일본 정부 측은 한일어업협상을 하며 중간수역(中間水域·동일한 해역에 접해 있는 양국이 공동 관리하는 공해 성격의 수역) 동쪽 한계선 획정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동경 134~135도, 북위 39~40도 사이에 위치한 오징어 최대어장인 대화퇴(大和堆) 어장을 두고서다. 동쪽 한계선의 위치에 따라 일본 어민의 조업 가능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었다. 성 회장에 따르면, 당시 일본 측은 어류가 많이 잡히는 위치와 시기 등을 잘 아는 외무성 수산전문가가 협상에 참여했다. 우리나라 역시 당시 수산청 담당자가 협상에 동석했지만, 일본측 협상테이블에는 수산전문가이면서 외교와 국제법을 동시에 이해하는 외무성 담당자가 있었다는 차이가 있다. 결과는 풍부한 어류가 많은 대화퇴 어장의 3분의 2 정도가 일본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넘어갔다. 수협은 대화퇴 어장과 주변 동해에서 연근해산 생산량의 90%인 연간 20만 톤의 오징어가 잡힌다고 추산했다.

 “당시 알짜배기 어장을 일본이 다 가져갔다고 해서 우리나라 어민들의 불평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독도 주변 수역이 중간수역으로 지정돼 일본 어선이 들어올 수 있게 됐죠. 당시 협상을 진행한 정부 측은 독도 주권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해양수산 분야를 잘 알고 국제법적으로 충분히 대비했다면 우리에게 더 유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美, 국제법 필수 과목화·中엔 국제법학과 있어
성 회장은 “해양문제뿐만 아니라 영토문제, 환경문제, 통상문제 등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이 국제법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나라를 예로 들며 국제법이 중요시되는 분위기를 설명했다.

“재작년에 미국 하버드대 법대 학장이 한국에 와서 하버드는 국제법 수업 이수를 필수로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국제법으로 잘 알려진 미국 조지타운대는 국제법 기본강좌가 3개 열리는데 한 반에 150명씩 수업을 듣습니다. 중국의 큰 대학들을 보면 국제법학과가 꼭 있어요. 중국의 법학은 아주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법학을 국내법·국제법으로 나누고 국내법과 동등하게 중요성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많은 법 중 하나로 국제법을 보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중국의 큰 법과대학에는 어김없이 법학과와 국제법학과가 있다. 중국에는 민법, 형법 등 국내법 교수의 수에 버금가는 만큼의 국제법 학자들이 있다는 얘기다.

성 회장은 “중국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 내에 법학연구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제법연구소가 별도로 있고, 국제법연구소장의 지위도 장관급에 준한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며 “우리 주변 강대국이 모두 그러함에도 우리나라는 국제법을 중시하지 않고 국제법 교육에도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10년, 20년 후에는 국제법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리적인 논쟁을 펼칠 수 있는 학자들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성 회장은 우리나라가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조약을 체결한 결과, 적지 않은 부작용을 겪었던 사례 몇 가지를 언급했다.

과거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불평등 조약인 ‘강화도 조약(1876년)’을 맺으며 식민주의적 침략을 받았으며, 1966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체결로 미군 범죄에 대한 관할권 규정과 관련해 적지 않은 문제를 경험한 바 있다.

“국내법만 봐도 개정이 쉽지 않습니다. 상대국에게 유리한 국제조약을 개정하는 것에 상대국이 쉽게 동의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국제법을 잘 공부해서 조약을 합리적으로 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 회장은 “현재 북한은 국제법 전문가를 집중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을 잘 한번 살펴보세요. 공식 성명 속에 ‘국제법에 따라’라는 표현이 정말 많이 나옵니다. 약소국가일수록 국익을 지키기 위해 국제법을 더욱 강조하는 것이죠. 굉장히 일관된 방식과 높은 활용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벌써 6.25 전쟁 때 북한군에게 ‘포로 보호에 관한 제네바 협정문’을 옷 속에 지니고 다니도록 했습니다.”

日, ‘독도는 일본땅’ 근거 차근차근 마련 중
성 회장은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감정적으로가 아닌 법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이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차근차근 논리적인 근거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정부 주도 하에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근거를 집어넣고 있어요. 조선 초기 중앙정부는 고려 유민들이 모여 살고 있던 울릉도를 비우는 정책을 폈습니다. 울릉도를 비운 결과, 독도에도 조선 사람이 가지 않게 됐고 이 시기에 일본인이 독도 주변 해역에서 어로 활동을 한 점을 들어 일본은 독도가 자기네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떤 나라의 주권도 미치지 않는 한에서 무주지(無主地)는 선점하는 사람이 주인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 중앙정부는 3년마다 독도를 관찰하고 통제하고 있었지만, 일본은 자기네 논리에 불리한 내용은 서술하지 않는 거죠.”

 
- 성재호 회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이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차근차근 논리적인 근거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 되면서 국제법 설 자리 사라져
성 회장은 “일본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일축하기 위해서는 명백한 사실을 기반으로 치밀한 법리적 대응을 해야 한다”며 “독도에 대한 국민들의 객관적인 인식도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를 위해 2013년부터 독도홍보센터를 설립해 전국 대학생들을 상대로 독도 문제를 심도 있게 강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독도 문제는 법적 교육만이 아닌 역사 교육도 함께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이틀간의 일정으로 1부에서는 역사적으로 독도가 우리의 땅이었다는 사실을 설파하고 2부에서는 법리적으로 국제법상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것을 증명한다. 2013년(16개 대학)과 지난해(11개 대학) 대학생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제주도의 중등교원들을 모아서 연수를 시키기도 했다.

“중학교 선생님들과 교환학생 등으로 한국에 온 외국인들에게도 꼭 필요한 교육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각 대학들도 이런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대학생들이 너무 바빠 학생들을 모으기조차 어렵다는 겁니다. 독도 문제는 당장 급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아도 영토와 관련된 본질적인 문제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국제법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성 회장은 “로스쿨이 되면서 시험에서 국제법이 선택과목이 됐고, 공부할 게 많다보니 자연스레 국제법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2000명의 로스쿨 정원 중 변호사 시험에서 국제법을 선택하는 학생은 100명도 안 된다는 게 성회장의 말이다. 현재 국내 유수의 법학전문대학원에서조차 극소수만이 국제법 과목을 수강하거나 과목 자체가 폐강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성 회장은 “무조건 C 이하의 학점도 줘야 하는 로스쿨의 불합리한 학점규정에 영어로 하는 수업은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을 위해 국제어로 국제법을 강의한다”며 “우리말 수업보다 3배 이상의 준비가 필요하지만, 학생들의 학점 부담을 덜어줘 국제법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학습할 기회를 주는 방법 중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기간을 3년으로 설정한 로스쿨 교육에 비해 변호사 시험은 오히려 더 어려워진 것이 국제법과 같은 전문 분야를 소홀히 하게 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법률시장에서는 과거 5~6년 동안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합격한 뒤 연수원 교육을 마친 사람들 수준을 원하고 있어요. 저는 법률가로서 출발하는 단계의 수준까지만 요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 로스쿨은 3년 동안 법률가로서 법을 찾고 적용하고 판단하는 훈련만 시킵니다. 학교에서 법의 기본 메커니즘만 가르치는데 우리나라는 그걸 다 가르쳐야 하고 시험도 그렇게 내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국제법 전문가로 활동하는 사람은 200명 정도다. 교수진이 150명가량이며 각 국책연구기관에 2~3명씩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추세대로 가다간 앞으로 전문가가 배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제법협회(ILA·International Law Association)가 2년에 한 번씩 세계 총회를 하는데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과 같은 나라들은 70~80명이 참석합니다. 일본은 30명, 우리나라는 5~6명 정도 참여합니다. 여러 세션에 들어가 국제법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조율해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합니다.”

성 회장은 각 분야별로 20~30명의 인적 풀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법 교육이 굉장히 발달한 곳이 네덜란드 헤이그인데, 이곳에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Hague Academy of International Law)’가 있습니다. 국제공법(公法)과 국제사법(私法)을 가르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우주법, 해양법, 환경법 등 국제법 강좌를 16개로 나눠 제공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각 분야마다 20~30명의 인재들이 국제법을 연구하고 그 발전과정에 우리의 의견을 적극 개진해야 하지 않을까요?”

외교부 인력 충원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성 회장은 “일본 외무성 국제법국 인원은 50명이 넘는데, 한국 외교부 국제법률국 인원은 20여명에 불과하다”며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겪는 문제의 수는 거의 동일한데 대응할 전문가 수는 상대적으로 많이 적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부처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법무부 역시 다뤄야할 국제법무 사안이 증가하고 있으며, 통일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도 국제 업무가 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들 부처도 국제법 전문 인력을 충원해 근본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성 회장의 설명이다.

1907년 고종의 특명을 받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2회 만국평화회의에 간 이준 열사는 일본과 영국 등의 제지를 받아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준 열사는 세계를 향해 조국을 도와달라는 말을 남기고 자살했다고 전해진다.

“국제 평화를 위한 법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지닌 국제법은 각국의 주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 수단입니다. 제가 이준 열사는 아니지만, 국가 주권을 지키고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그와 같은 마음으로 국제법을 연구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성재호 회장은…
1960년생. 성균관대 법학과 졸, 성균관대 대학원 법학 석사, 성균관대 대학원 국제법 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국제법 Law center 법학전문박사과정, 93년 미국 조지타운대 Law center 조교수, 2002년 성균관대 비교법연구소 소장, 2008~2009년 국제법평론회 회장, 2009~2010년 국제경제법학회 회장, 현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국제법학회 회장.

기사: 백예리 기자 (byr@choson.com)
사진: 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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