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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에 환영해3: ‘알바천국이라 쓰고알바지옥이라 읽는다

 

 

 

이주영(사회학, 7pioneer7@hanmail.net)

 

 

 

헬조선 노동의 마지막 시리즈입니다. ‘갑질이 미세먼지처럼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있는 한국 사회 권력 사슬의 가장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는, 세상 온갖들이 쥐꼬리만한미시권력으로 또 다른갑질을 휘두르는 대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1]들의 이야기.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특히 아르바이트 노동자들 중 대다수를 이루는 청년층에 포커스를 두어 크게 세 층위의 문제들을 간략하게라도 다뤄보려 합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문제는 단순히 우리 사회 최약층이 겪는 열악한 노동환경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 사회 근간을 흔들 수 있는불평등의 브레이크 없는 심화 현상, 그 한가운데서 모든 어려움과 아픔들을 고스란히 겪고 있는이 사회의 미래인 청년층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간의 저성장 국면에서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 취업도 낙타가 바늘구멍 넘는 수준으로 어려워지며알바노동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겨우 해결하는 이들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할 제도적 보완은 크게 미비한 상황입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새로운 법률적, 제도적 구비를 말하기 이전에 현존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과 제도들조차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며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갖은 임금 착취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끝이 보이지 않게 증폭됩니다.

 

 

다층적 불평등이 대물림되며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빈곤의 뫼비우스 띠

 

백만 청년 알바 시대, 경제난으로 인한 신 노동계층의 탄생

 

  알바라 불리는 한국의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수는 지난 2014년 집계에서만 1012640명이며,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까지 고려하면 150만에 육박[2]합니다.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가 약 570만 명이었는데, ‘알바노동자가 이 중 1/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인 것입니다. 그리고알바의 대부분은 청년층입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2015)에 따르면 15세에서 34세의 청년들 중알바 19세 미만 청소년에서 약 21만 명, 20~34세 청년 중에선 68만여 명[3]으로 도합 90만여 명입니다. 풀타임으로 일하는 등 기타 사유들로 통계에서 빠져나간 경우들까지 고려하면 청년층(15-34)만 해도 100만 명의알바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본래알바란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받으며 풀타임이 아닌 단시간 근로 형태를 통칭하는 말로써 본업 외 임시로 하는 일이며, 주로 어려운 가정형편의 일부 학생들이 취업 전 용돈벌이로 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제난으로 인한 중산층 붕괴와 고공행진하는 청년실업 문제로 인해 부모의 경제적 지원은 크게 줄어드는 동시에취업을 통한 최소한의 안정적인 수입원을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유일한 대안으로서알바를 통해 생계를 해결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들 노동자들을 가리키는 신조어인프리터족의 탄생지인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크게 높은 최저임금과,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의 임금일 뿐 일반적으로 더 높은 평균임금을 받으며 아르바이트 근무만으로도 일본의 일반 직장인과 크게 차이 없는 어느정도 안정된 수입을 올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국의알바는 최저임금이 생활임금보다 크게 낮으며, 그 최저임금조차 여러 사유로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임에도 다른 대안이 부재함으로 인해 ‘프리터족’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월급 백만원, 프리하지 못한 프리터족

 

  알바몬이 올 해 8월 아르바이트 중인 20세 이상 10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리터족의 비율은 무려 56%에 달했습니다.[4] 이들은 평균 1.5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100만원 가량의 월수입을 평균적으로 얻고 있었습니다. 프리터족 비율은 학력별로 별 차이가 없는 가운데 오히려 가장 고학력인대학원 졸업 이상에서 59.5%로 가장 높았고, ‘2,3년대졸’(58.5%) ‘4년대졸’(55.3%)이 그 뒤를 이은 가운데, 오히려 가장 저학력인고졸’(54.9%) 의 비율이 가장 적었습니다. 이는 대학원 이상의 고학력자일수록 일반적인 취업이 어려운 경우 3D와 같은 비선호 직업에 취직하는 것에 심리적으로 용인이 더욱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아르바이트 노동을 택하는 것이 아닐까 추정됩니다. 프리터 족이 된 이유를 복수응답으로 물은 결과 가장 많은 답변은취업 전까지 생계비, 용돈을 벌기 위해(50.5%)’였고, 다음으로 많은 답변도취업이 어려워서(38.6%)’였습니다. 날로 좁아지는 취업문을 넘지 못하고 있거나 넘기를 포기한 이들이 대안적 생계수단으로서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일본의 프리터족과 가까운조직, 사회생활 없이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라는 응답도 28.6%로 상당 정도 되었지만 이들을 제외한 70% 이상의 사람들은 비자발적으로 생계의 유일한 수단으로서알바노동을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어학연수, 대학원 진학 등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해(16.4%)’ 라는 답변이 있었고, 17% 가량의 사람들 만이 중간 단계에서 용돈벌이를 위한 임시직으로서의알바라는 종래의 의미에 해당됐습니다. 전체 응답자 중 향후 한국에서 프리터족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은 85%에 달했습니다. 역시 복수응답으로 증가 이유를 물은 데서는 약 60%너무 어려운 정규직 취업(59.8%)’을 꼽았습니다. 응답자들의 미래예측은 본인의 현실 경험과 그에 기반한 인식으로부터 도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외에조직,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젊은 세대가 많아서(30.8%)’욜로, 휘게 등 현재 행복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많아서(30.5%)’의 답변이 거의 비등한 30%로 나와 앞서 자유로운 삶을 위해 프리터족을 택한 29%의 사람들이 택한 답변으로 추정됩니다.

 

 

빈곤은 경제적 궁핍으로 끝나지 않는다

 

  문제의 진짜 심각성은 오늘날 빈곤과 불평등이 다층적으로 복합적일 뿐만 아니라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대물림까지 되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다층적이라 함은 소득의 격차가 단순히 재산이 많고 적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이 유명무실하며 이웃 간의 상부상조도 거의 찾아보기 힘든 한국적 현실 하에서 직계가족의 도움을 받을만한 환경에서 태어나지 못한흙수저들은 교육, 주거, 문화와 인간관계는 물론 건강과 미래의 기회까지 복합적이며 연쇄적으로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치명타를 입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많은 경우 미래를 위한 준비와 아르바이트 노동을 겸해서 하는 바쁜 일과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신체적, 정신적인 건강의 위협과 함께 미래를 위한 준비에 있어서 차질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서울시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5] 그들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면은 건강문제와 위험이었습니다. 심야노동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24시간 중 마땅히 쉴 시간이 없어 만성적인 시간 부족과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몸이 너무 빨리 상해요. 거의 잠을 못 자니까요. 보통 방학 때는 주4, 5일도 일하게 되는데, 저녁 8시에 가서 일하고 새벽에 집에 와요. 자고 눈 뜨면 또 일하러 갈 시간인 거죠.”(아르바이트 청년B)

 

“학기 중에 과제하고, ‘팀플하면, 진짜 시간이 없단 말이에요. 학교 다닐 때 시간표를 생각해보면, 쉴 시간이 한 시간도 없었어요. 진짜로. 거의 없었어요. 항상 이렇게 만성 시간부족에, 졸렸죠.”(아르바이트 청년C)

 

  동 조사에서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학자금 및 신용대출 등으로 평균 1,033만원의 부채를 지고 있었습니다. 부채 규모는 최대 7,000만 원, 최소 50만 원이었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부채 금액도 많아졌습니다. ‘건강의 상실을 두려워하면서도 경제적 이유로 희생과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이 더욱더 견디기 힘든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좌절 그리고 자괴감일 것입니다. 불확실한 인생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은 더 각종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을 갖게 해도 그 준비를 위한 비용이 없고,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알바노동 가운데 마모되는 시간과 체력으로 인해 더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고, 눈물겨운 분투에도 수없이 취업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그들은삼포를 넘어오포’, ‘칠포세대[6]로 끝없이 뒷걸음칩니다. ‘평범한 삶이란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이 되며, 그 원인을 개인의능력이나노력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며 정죄하고 무시하는 잔인한 사회 구조 속에서루저’들은 자괴감과 우울증 및 각종 정신적 질병만을 한아름 선물로 받게 됩니다. 알바노조가 368명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 중 56%가 우울감이나 불면증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으며 17%중증 이상의 우울증을 느끼고 있다[7]고 밝혔습니다.

 

 

알바 인구

150

프리터족 평균 월수입

100만원

청년 알바 인구

100

청년층 평균 부채

1,000만원

프리터족

56%

우울증, 불면증 정신건강 문제

56%

[1] 한국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현실

   

 

빈곤에 한 번 발을 들이면 빠져 나올 수가 없다

 

  한 번 궤도를 이탈하면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거의 찾아보기 힘든 현실 가운데 삶의 전 분야에서 불평등의 격차는 오히려 더욱 벌어지게 됩니다. ‘귀속 지위의 영향력이 절대적이 되어 가는세습자본주의로의 회귀의 징후들이 한국 사회 전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나고 있습니다. ‘가정의 소득과 자산 > 사교육 기회 > 진학 대학 수준 결정 > 노동시장 접근 기회 결정 > 소득 격차로 이어지는 순환고리는 다시자녀의 사교육 기회라는 새로운 순환고리의 시작점과 연결되고, ‘성취 지위조차도귀속 지위의 경제사회문화적인 자산의 영향력 하에서 결정되는 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출구 없는부 혹은 빈곤의 뫼비우스 띠는 날로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가속화되는데 브레이크가 없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과 관련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은 앞서 서술한 두 가지 측면을 포함해 세 층위에서 제기됩니다. 현대 사회의 여러 특수성들이 맞물려백만 청년 알바신 노동계층으로서 탄생했고, 이들은노동 계층하면 연상되는 단합된 힘이나 투쟁과는 거리가 먼 원자화되어 각자도생하는 고군분투 속에 몸과 마음과 미래에 파릇파릇한 생명력 대신 푸른 멍만 가득한 청년기를 살아가는 사회 최약층입니다. 하지만 기존엔 존재하지 않던 계층이며, 현상이다 보니 요즘에 들어서야 어느정도 문제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가 확대되어 가는 중이긴 하지만 아직도 기존 제도권의 사고방식과 틀에 갇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기존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률들로 부터의 배제

 

  우선 더 이상 임시직으로서 가벼운 용돈벌이 용도의알바가 아니라 비록 사업장은 계속 바뀔 수 있지만 기간을 정함이 없는 장기간의아르바이트 노동자로서 생계를 해결하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고, 이들이야말로 가장 보호가 필요한 계층임에도 이들은 각종 법적 보호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휴게시간, 주휴일, 주휴수당, 연차유급휴가 등의 근로기준법이나 퇴직금, 사회보험 등의 사회보장법의 적용을 거의 받지 못하며,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 단축을 보장하는 일과 가정 양립지원법은 물론 2년 이후 고용을 의무화하는 기간제법은 비정규직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꿈도 꿀 수 없는 것입니다.

 

해당되는 몇 개 법률들조차 지켜지지 못하며 법의 존재도, 구제 방안도 알지 못함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법률은최저임금입니다. ‘최저임금은 설마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비율은어마어마합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크고, 그나마 대도시일수록 준수율이 높아 보이는데 대전, 세종, 충청 지역의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비율은 무려 62.5%[8]로 과반수가 넘었고, 부산지역은 10명 중 3명 수준, 서울은 10.5%로 그나마 양호(?)했습니다. 알바연대의 전국 조사에서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을 받은 비율이 55%였습니다.[9]

 

  주휴수당에 오면 인지도도 현저히 떨어지고, 지급하는 고융주가아주 착한 사람이 될 정도로 준수되는 경우가 희박해 집니다. ‘주휴수당이란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라 상시근로자 또는 단기간 근로자에 관계없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한 모든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도록 한 규정에 따라 지급되는 임금입니다. 따라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만 근무하면 한 달에 4번 유급휴일이 생겨 4일치의 급여를 더 받게 됩니다. 법적으로 엄연히 보장된 권리임에도(그러므로 일반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두 월급에 주휴수당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기 때문입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배울 기회가 없던 대부분의 일반적인 한국인들에겐 일하지 않은 시간의 급여를 받는 것에 대한 어색함, 더 나아가송구함이 노동자 당사자들에게조차 있습니다. 서울도 주휴수당 미지급률은 83.6%에 달하고, 대전·세종·충청 지역은 95.5%로 주휴수당을 주는 사업장은 오차범위 수준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전멸 상태입니다. ()바노조의 전국 조사 결과는 92%였습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위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또 다른 수당은 야간수당이 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고 오후10~오전6시 근무 시 시급의 1.5배 이상을 지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당연히(?)도 야간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67.3%)가 과반수일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벼룩의 간을 떼먹듯이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임금을 더욱 착취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매일같이 행해집니다. 먼저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초과 근무에 대한 초과 수당을 미지급하는 것입니다. 매일같이 출근시간 이전 10분전(49%), 20분전(15%), 30분전(15%) 출근해 업무를 하고, 수시로 퇴근시간 이후 초과 근무를 하지만 노동자의 사정으로 10, 20분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시급에서 어김없이 제외되어도 초과 근무 시간은 계산되는 법이 거의 없습니다. 정시퇴근을 하지 못했을 시 발생하는 추가근로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는 알바생은 29.7%에 불과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일명꺾기로 불리는 한적한 시간대강제 조기퇴근[10]입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했든, 구두로 합의했든 그 근로시간 동안 만근을 할 계획으로 예상 월급을 계산하고, 그에 따라 예산 계획 등을 세웁니다. 그런데 손님이 몰려 바쁜 시간에는 뼛골이 빠지게 부려먹고 좀 한가해진 시간에는 6천원 돈의 시급을 아끼기 위해 조기퇴근을 시키는 관행이알바시장에서는 만연합니다. 고용주에게 근로계약서 상의 출근시간보다 더 빠른 출근을 강요 받은 경험이 있는 알바생은 36.4%에 달했으며, 그 시간들이 누적되어 그들에게는 몇 끼 식사를 먹을 수 있냐 없냐의 큰 돈인 이만원, 삼만원이 빠져나가게 됩니다. 또 다른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수습기간에 무임이나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으로 75.7%가 해당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법적으로 지정된 모든 임금의 미지급은 노동자들의 몫으로 정해져 있는 노동자들의 재산을 강탈하는 것이고, 도둑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에 대한 의식은 크게 부족한 실정입니다. 노동자로서의 권리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청소년은 16.5%에 불과했으며, 특히 학업을 중도에 중단한 청소년들은 진학 청소년에 비해 인식이 더욱 낮고, 부당대우에 대해서도 더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11]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배우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이 자라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범한 노동자(화이트 컬러든 블루 컬러든)나 노동자의 가족이 될 것이기에 노동자의 권리는 물론 파업 연습까지 교육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노동권에 대해 무지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 요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용자 측에서 짜놓은 프레임에 어려서부터 길들여져 있어 아는 권리조차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청년들은 부당대우를 받아도 대부분 참고 계속 일하거나, 개인적으로 항의하거나 그만두는 소극적, 개인적 대응하는 것에 그칩니다. 심지어 임금체불같은 부당함이 명백하며 막대한 손해를 보는 경우에도 지식도, 도와줄 사람도 없는 데다 대부분 생계형이다 보니 해결할 비용도 시간도 여력이 없는 관계로 쉽게 임금을 포기하게 됩니다. 서울시에서 임금 체불을 경험한 청년들 중 피해신고를 낸 경우는 5%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12].

 

  게다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안전도 보호받지 못하며 다양한 위협 가운데 있습니다. 편의점에서는 매년 경찰에 입건된 것만 300~400건의 강력범죄, 1500~2000건의 폭력범죄가 발생합니다. CU편의점에서만 최근 3년간 강력범죄 1000건이 발생했으며 그 중 살인이 3, 강도 557, 강간 17, 강제추행 506, 방화 8건이었고, 폭력사건은 5000건에 달했[13]습니다. 편의점 알바생 중 67.9%는 폭언이나 폭행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성폭력·성희롱 경험도 9%나 됐고 여성 노동자들에게만 한정할 경우 그 비율은 약 20%에 달했[14]습니다. 특히 야간에 혼자 일하는(많은 경우 야근수당도 받지 못하며)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온갖 범죄의 표적이 되지만한낱 알바의 안전을 위해 한 명의 알바를 더 고용할 고용주는 없습니다. 불상사가 발생해도 희생된 알바의 빈자리가 새로운 알바로 교체되는 것 외에 아무 변화 없이 모든 것은 그대로 흘러갑니다. 한국의 아르바이트 노동자 청년들에게알바천국은 없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에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온갖 괴물들이 숨어있는알바지옥만 있을 뿐입니다.

 

 

기와 한 장 아끼려다 대들보 썩히지 않기 위해

 

  백과사전급 비쥬얼과 경제 전문서적의 본질에 충실한 내면에도 2014년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던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전 세계가 세습 계급사회로 회귀 중이라는 것일 것입니다. 피케티는 상속된 부에 따라 결정되는 계층구조를 지닌, 자본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과거와 같은 사회, ‘세습된 부의 시대가 귀환할 것임을 경고하며 이미 상당히 진행 중임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보입니다.

 

  피케티는 책의 서두에서 책을 저술한 목적을 서술함과 함께 역사와 사회에 대한 탄복할만한 통찰을 드러내는데 그 중 가장 제 마음에 감동을 준 다섯 문장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불평등의 역사는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행위자들이 무엇이 정당하고 부당한지에 대해 형성한 표상들, 이 행위자들 사이의 역학관계, 이로부터 도출되는 집합적 선택들에 의존한다. 불평등의 역사는 관련되는 모든 행위자가 함께 만든 합작품이다.”

역사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사회가 불평등을 어떻게 보느냐에, 그리고 그것들을 측정하고 변화시키기 위해 어떤 정책과 제도를 채택하느냐에 달려있다. 누구도 이런 미래를 미리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역사의 교훈은 유용하다.”

불안정하고 불평등한 힘이 지속적으로 승리하는 것을 막는 자연적, 자생적 과정은 없다.”

이 책의 단 하나의 목적은 과거로부터 미래를 여는 몇 가지 그리 대단치 않은 열쇠를 찾아내는 것이다.”[15]

 

  이 심오한 말을 요즘말로 쉽게 번역해보겠습니다. ‘지금의 불평등을 만든 것은 부당함을 부당하다고 하지 못하고 볼 줄도 모르는 모두가 함께 만든 것이다. 앞으로 이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어 전근대같이 완전한 신분제 사회, 진짜 귀족이 있고 진짜 노예가 있는 사회가 될지, 이 흐름을 역전할 수 있을지는 너희가 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미래는 누구도 모르지만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는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던 역사가 저절로 바뀐 적은 없다. 지금처럼 그냥 있으면 진짜 귀족, 진짜 노예, 진짜 지옥이 어떤건지 구경할 수 있게 될거다. 나는 학자고, 몇 십년간 나름 열심히 연구해서 지금 이런 현실을 보이는 책을 썼다. 보는 너희도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라.’

 

경제난으로 인해 일반적 취직이 어려워지며 아르바이트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청년들이 급증하고 있고, 이들은 저임금뿐만 아니라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빈곤을 연쇄적으로 경험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불평등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현실 속에서 희망을 잃고 N포세대로서 정신건강까지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래도 요즘에는 청년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크게 이슈화되고 있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나 청년수당 실시와 같은 제도적 지원들이 실제화 된 고무적인 사례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청년들이 체감할만한 제도적 지원과 변화는 크게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런데 그조차도 경제계나 보수 정치권 쪽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죠. 우리 속담에기와 한 장 아끼려다 대들보 썩힌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처음에 천장이 새기 시작했을 때 기와 한 장만 갈면 될 것을 아깝고 번거롭고 해서 미뤄두다 대들보 전체를 썩히는 일을 막으라는, 일이 봉합할 수 없게 커지기 전에 아직 수습 가능할 때 수고롭더라도 미리 수를 써놓는 게 오히려 가장 덜 수고롭다는 선조들의 지혜를 응축한 말이죠.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문제를 비롯해 청년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취업 지원이나 생활환경 지원, 노동환경 개선 문제는 어느정도 비용을 초래하더라도 기와 한 장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대들보가 썩어가고 있다는 것은 온갖 지표들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결혼율, 출산율, 자살률, 중독율, 범죄율 등등. 때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거 가래로도 못 막게 됩니다. 지금 이 시기가 그나마 손쓸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 몇 년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 한 사람은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우리 같이 힘을 모아서 노력한다면 세상은 분명 바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참고문헌

 

 

단행본

 

김종진 외 (2016), “서울시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 실태조사 연구”,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자입니다

 

간행물

 

헤럴드경제 (2017.3.31), “알바생 아니고 알바

동아일보 (2017.8.23), “프리터족 1년새 25% 증가알바하는 성인남녀 56% “난 프리터족”“

칠포세대: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취업, 희망, 인간관계 포기

노컷뉴스 (2016.12.15), “”10만원 줄테니 자자" 성희롱 노출된 편의점노동자

노컷뉴스 (2016.12.19), “대전·충청 편의점 알바, 주휴수당은 커녕 최저시급도 못 받아

매일노동뉴스 (2017.10.24), “편의점 알바노동자 절반 최저임금 못 받아

서울신문 (2017.8.22), “[SOS 생계형 알바족] 1 6개월간 새벽 2시까지 일했는데야근수당 못 주니 신고해라비웃음만

CNB저널 (2017.6.7), “[가맹점 특집 ①] 폭행·성추행 온상 돼도 편의점 본사엔 책임없다?”

프레시안 (2017.8.22), “부산 편의점 알바생 46.5% "폭언·폭행·성희롱 당했다"”




[1] ‘갑을 관계라는 명목상 평등 사회인 현대 사회의 신권력관계를 나타내는 신조어는 계약서 상 계약 당사자들을로 표현하는 데서 나왔습니다. 갑을은 음양오행의 천간 10개의 순서이며, 10 천간은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여기서‘ ’다음에 위치합니다.

[2] 헤럴드경제 (2017.3.31), “알바생 아니고 알바 노동자입니다

[3] 김종진 외 (2016), “서울시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 실태조사 연구”, 『한국노동사회연구소.

[4] 동아일보 (2017.8.23), “프리터족 1년새 25% 증가알바하는 성인남녀 56% “난 프리터족”“

[5] 김종진 외 (2016). 위의 보고서.

[6] 칠포세대: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취업, 희망, 인간관계 포기

[7] 노컷뉴스 (2016.12.15), “”10만원 줄테니 자자" 성희롱 노출된 편의점노동자

[8] 노컷뉴스 (2016.12.19), “대전·충청 편의점 알바, 주휴수당은 커녕 최저시급도 못 받아

[9] 매일노동뉴스 (2017.10.24), “편의점 알바노동자 절반 최저임금 못 받아

[10]이런 시급 6030“ 2015, 『북콤마』를 보면 청년 기자들이 직접 알바로 위장취업해 경험한 생생하고도 처절한 청년 알바의 삶을 엿볼 수 있다.

[11] 김종진 외 (2016). 위의 논문.

[12] 서울신문 (2017.8.22), “[SOS 생계형 알바족] 1 6개월간 새벽 2시까지 일했는데야근수당 못 주니 신고해라비웃음만

[13] CNB저널 (2017.6.7), “[가맹점 특집 ①] 폭행·성추행 온상 돼도 편의점 본사엔 책임없다?”

[14] 프레시안 (2017.8.22), “부산 편의점 알바생 46.5% "폭언·폭행·성희롱 당했다"”

[15]  토마 피케티 (2015), 21세기 자본』,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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