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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치 10/6] 헬조선에 온 걸 환영해 (2) 회사 밖 : 지옥에도 급수가 있다

 

 

이주영(사회학, 7pioneer7@hanmail.net)

 

지난 시간에 이어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의 노동환경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간단히 지난번 다룬 핵심 정보들만 리마인드해보면 한국의 20세 이상 임금 소득자 2660만 명 중 약 60%가 연봉이 2천만원이 되지 않습니다. 천만원 이하도 거의 40%나 됩니다. 청년층(15~29)만을 본다면 저임금 현상은 더욱 두드러져 첫 직장에서 월급 200만원 이하가 84%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며, 전체 중 과반수(54%)는 한 달 월급이 150만원도 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경우는 대졸 청년의 2/3에 달합니다. 청년들은 첫 취업까지 평균 11.6개월, 1년이 걸려 드디어 ‘잉여’ 생활을 탈출하고, 17개월만에 다시 ‘잉여’로 회귀하며, 이는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의 열악한 고용 환경에서 기인하는 바가 큽니다.

 

전체

연봉 2천 이하

60% (59%)

청년

월급 200 이하

84%

연봉 1천 이하

40% (38%)

월급 150 미만

54%

연봉 6천 이상

10%

월급 300 이상

2.30%

[1] 한국의 임금 현실

 

고용 현장의 문제가 열악한 환경뿐이었다면 헬조선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무직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3시간으로, 일반적 근무 형태인 ‘오전 9~저녁 6시’의 주당 근무시간 40시간에 매주 13시간씩 초과 노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저녁 8~9시까지 야근을 한다는 것입니다. 산업재해는 OECD국가들 중 당연하게(?)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산재와 거리가 있는 사무직들도 남자는 16.5%, 여자의 경우는 13%가 ‘매일 괴롭힘’을 당하는 심각한 ‘인간재해’ 가운데 있었습니다.

 

IMF 경제위기 때보다 더하다는 경제난 가운데 청년실업률은 실업통계상 9%지만 공시생, 취준생, 알바생 등 ‘잠재적 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어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 청년들을 포함하면 실제는 24%1/4에 이릅니다. 통계상에서 제외되는 또 다른 유형인 NEET(육아나 가사 등의 기타 사유가 없는데 공부나 훈련, 구직활동 등에 전혀 임하지 않아 직장을 가질 의지를 나타내지 않는 이들)1/4에 달합니다. 취업 자체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처럼 힘들어지며 구직의지를 상실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렵게 취업을 하더라도 사람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업무 환경에서 200만원이면 ‘많은’ 월급을 받는, 사람값이 가장 싼 헬조선의 현실이 갈수록 더 많은 청년들로 하여금 생계 해결만 가능한 가정환경이라면 경제 활동을 아예 포기하도록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

주당 노동시간

53시간

청년

실제 실업률

1/4 (24%)

산업재해

OECD 1

NEET

1/4

매일 괴롭힘 당함 ()

16.50%

비정규직

2/3

매일 괴롭힘 당함 ()

13%

첫 직장 근무기간

17개월

[2] 한국 노동의 위기

 

회사가 전쟁터라고? 회사 밖은 지옥이야

 

직장 생활이 이렇듯 힘들다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꿈꿉니다. 그런데 돈이 아주 넉넉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경제적 문제 때문에 돈을 벌지 않으면 살아갈 방법이 없죠. 그래서 선택하게 되는 것이 어느정도 자본금 마련의 여력이 있다면 장사, 즉 자영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특히 요즘처럼 40대의 조기퇴직은 말할 것도 없고, 3020대의 경우에도 ‘명퇴’를 당하는 경우가 빈번한 상황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에 등 떠밀려 발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OECD 평균(15%)보다 자영업 비율(26.8%)2배 정도 높은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는 550만 명입니니다. 업종으로는 길거리에서 무수히 보이는 그대로 커피숍이 6만 개로 가장 많고, 치킨집(33)과 편의점(31)이 거의 비등한 가운데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1] 그런데 뉴스에서 ‘자영업자들의 무덤’이라는 말로 자주 회자되듯이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은 살얼음판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살얼음이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깨져버리며 자영업자들이 한겨울 칼같이 파고드는 차가운 물 속으로 추락하는 실태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작년에만 폐업한 자영업자는 90만명이 넘습니다. 하루에 2,500개 사업장이 매일 망하고 있는 것[2]입니다. 부푼 희망을 안고 상당한 자본금을 어렵게 투자해 시작한 자영업 사업의 40%1년 이내에 눈물과 탄식만을 남기고 (또 많은 경우 빚은 산더미처럼 안겨주고) 문을 닫습니다. 5년이 넘도록 생존해있는 경우는 약 30%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자영업자의 40%1년 안에 망해도 우리가 그 빈자리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또 다른 사람들이 새로 가게를 열며 그 빈자리를 채우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작년 창업자는 1226443, 폐업한 사업자는 909202명이었습니다.[3] 하루 평균 2491개 사업장이 문을 닫지만 새롭게 문을 여는 3360개 사업장이 그것을 시야에서 가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엄청난 수가 망해도, 더 엄청난 수가 새로 생겨나기 때문에(1년 안에 그 중 40%는 또 망하더라도) 한국에서 자영업 과밀 현상은 특히 판에 박힌 유행하는 소수의 아이템과 브랜드만이 주로 창업의 대상이 되는 또 다른 특성과 맞물려 동종 업체들의 과포화로 인한 제살 깎아먹기 경쟁과 수익률 저하로 함께 망하는 지름길로 기능하게 됩니다.

 

이번에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유례없이 큰 폭으로 늘어나며(인상률 16.4%) ‘ 알바 보다 못 버는 사장’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대로서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알바 보다 못 버는 사장님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사실이었고, 그래서 알바를 고용하지 않고 직접 가족과 함께 꾸려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 자영업자 550만명 가운데 연매출 4600만원 미만인 경우는 50%에 가까운 250만 명이나 됩니다. 4600만원은 꽤 큰 돈이기 때문에 이정도 못 버는 게 무슨 대수인가 생각하기 쉽지만, 자영업은 연매출과 순수익 사이에 엄청난 갭이 있습니다. 연매출에서 임대료 등 유지비와 재료비, 인건비를 제외한 금액이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수익이고,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가 가져가는 몫이 더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연매출이 4600만원보다 낮은 경우 아르바이트를 두지 않고 혼자 장사를 하더라도 최저임금도 벌지 한다고 합니다. 2017년 최저임금 6470원을 받고 일반 상용직처럼 일할 경우 월급이 135만원 정도 되는데 알바도 두지 않고 밤낮없이 일하는데 월수입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절반 가까이나 된다는 의미입니다. 월수입이 100만원도 되지 못하는 극한 경우도 약 1/5[4]이나 됩니다. 평균 월수입은 비프랜차이즈의 경우는 198만원이고, 프랜차이즈는 이보다 더 적은 181만원입니다. 이와 같이 낮은 수익률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망하기 전부터도 빚더미에 오르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여기저기 돈을 빌리고 돌려 막으며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보다 더 이상 어떻게도 손쓸 수 없게 될 때 최종적으로 가게 문을 닫게 되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의 빚 총계는 732조가 넘었고, 소득의 세 배가 넘는 빚[5]을 평균적으로 지고 있습니다.

 

현황

한국 자영업자 수

550만 명

폐업

작년 폐업 수

90만 명

월 수입 최저임금 미만

250만 명(1/2)

하루 폐업 수

2,500

월 수입 100만원 미만

1/5

1년 이내 폐업

40%

월 평균 수입(프랜차이즈)

181만 원

5년 이내 폐업

70%

[3] 한국 자영업 사업자의 현실

 

그나마 사장이니 일반 직장인들이 겪는 비자발적 저임금 장시간 근무라든가 상사나 직장동료의 괴롭힘이나 시달림 등의 인간재해는 없으니 자영업자가 더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바를 쓰는 비용도 감당할 수 없어 배우자와 교대로 24시간 편의점을 영업하거나 밤새 치킨을 튀기고 직접 배달하는 류의 이야기는 이제는 흔한 사례가 되어 버렸을 정도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오는 고초는 이미 그 자체로 한계 상황까지 충분히 버거울 것입니다. 게다가 잘하든 못하든 시간만 채우면 그나마 최저임금 이상의 월급이 꼬박꼬박 지급되는 월급쟁이들과 달리 아무리 노력해도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월수입을 남기는 경우가 절반 정도나 된다는 현실은 참담함 그 자체입니다. 결국 사업으로 인한 빚까지 떠안은 상태에서 1년 안에 40%가 망하는 자영업자의 현실은 비정규직 월급쟁이가 150의 월급을 받고 계속되는 야근 가운데 퇴사를 고민할 때나 직장 상사에게 밤낮없이 시달리는 정규직 월급쟁이가 ‘퇴사 학교’ 등을 기웃거리는 것을 상대적으로 배부른 철없는 행동으로 보이게 만듭니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회사 밖은 지옥이야.물론 퇴사 후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찾은 운좋은 사람들도 있고, 그들이 주로 관련 강의나 책 등의 주인공이 되지만 자영업의 현실에 무지한 채 낙천적인 몇 사람의 말만 듣고 장밋빛 환상 속에서 철저한 준비 없이 가게를 열 경우 헬게이트를 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사장님’이라고 해도 한국 사회 곳곳에서 없는 곳을 찾기 힘든 ‘갑질 문화’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피하기 힘듭니다.

 

 

재주는 사장님이 부리고, 돈은 프랜차이즈 회장님이 벌더라

 

한국은 프랜차이즈 왕국으로 불리기도 하죠. 전국 어느 곳을 가도 익슥한 프랜차이즈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가맹점 수는 22만 여개로, 우리나라보다 인구 2.5, 경제규모는 3배 큰 일본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27만개[6]임을 고려할 때 규모가 매우 큽니다. 프랜차이즈 사장님들은 조금이라도 높은 성공 가능성을 찾아 프랜차이즈 가게를 열기로 결정했었겠지만 그들이 맞이하게 된 현실은 본사나 중개업자의 사탕발린 빈 약속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뻥튀기되었된 수익 약속에 크게 못 미치는 수익률은 애교 정도입니다. 모든 자영업자들이 겪는 수익성 악화 문제 외에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업주들은 본사가 폭리를 취하며 과도한 비용을 청구하는 혹까지 달고 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를 그대로 당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가맹점주들을 마치 무심한 아이가 손가락으로 개미를 눌러 죽이듯 잠자리 날개를 찢어버리듯 짓누르고 파괴시키는 횡포까지 자행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성공한 브랜드의 이름을 사용하고, 제품 제조는 물론 포장지와 인테리어, 광고까지 본사의 도움에 절대적으로 의지한 상태에서 상당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한국 프랜차이즈의 문제점은 미국이나 일본 등이 매출 총이익의 일정 비율(미국에선 매출의 4.6~12.5%)을 로열티로 지급하는 것과 달리 본사에서 ‘필수’로 지정한 필수가 아닌 물품들을 강매당하는 지출이 매출의 대부분을 잘라 먹는다는 것입니다. 본사는 따로 로열티 없이 이 물품 비용의 마진을 수익원으로 하고 있는데, 개인 점주들은 고사하고 있는데 반해 본사의 수익률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마진이 매우 부당하게 설계되어 있음을 짐작케 합니다.

 

유명 제빵 프랜차이즈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물품 비용으로 본사가 가져가는 비중이 65%에 이르며 나머지 35%에서 부가세 등을 뺀 32%에서 다시 임대료와 인건비 지출은 물론, 통신사 할인비용 연간 860만원도 점주가 부담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필수 물품이 본사의 노하우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옥수수 캔 등 시중에서 얼마든 구할 수 있는 물품인데도 “먼지빼고 다 본사에서‘ 시중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강제 구매해야 한다고 점주들은 호소합니다. 한 피자 프랜차이즈의 경우 1000원대면 구매할 수 있는 파인애플 캔을 본사로부터 2900원에, 10kg 한 상자에 72000원대인 피자치즈를 본사의 물류 자회사에서 89720원에 강제 구매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1+1 이벤트 등 행사비용에다 어떻게 집행되는지 모르는 광고비까지 추가로 점주들에게 강요하는 등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7]는 나열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이렇게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회장 일가가 운영하는 자회사를 통해 만들어진 ’필수 물품‘들은 시장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점주들에게 제공되었고, 점주들은 그렇잖아도 경영난에, 시장가보다 비싼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진국들의 경우 본사만의 핵심 노하우 재료 외에 시중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원·부자재는 공동구매로 저렴하게 구입하며 본사와 가맹점 간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 프랜차이즈에서 ’상생‘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감언이설로만 존재하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습니다.

 

 

상생까지는 안 바랄게 죽이지만 않아 줬으면...

 

피자가게 주인 이종윤(41)씨는 본인의 일을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과 협력할 줄 알며 성실히 살아가는 분이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외국계 피자 프랜차이즈에서 일하다 10년 전 미스터피자 본사로 이직했고, 입사 8개월 만에 자신의 가게도 냈습니다. 하지만 시중가보다 비싼 식자재를 본사에서 필수적으로 사오는 엄청난 비용 부담에, 각종 할인행사와 광고비까지 더해 수익은 점점 악화되며 8년 동안 이종윤씨는 빚만 떠안게 되었습니다, 같은 기간 미스터피자 본사는 치솟는 매출에 강남구 한복판에 사옥을 짓고 해외에 진출하는 등 돈벼락을 맞은 듯 보였습니다. 2014년에 드디어 가맹점주들은 힘을 모아 투쟁을 시작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광고비 집행내역 공개, 미집행 광고비 반환, 동의 없는 할인행사 금지 등을 요구하며 분쟁조정을 신청합니다. 하지만 본사는 조정을 거부했고,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가맹점주협의회장을 계약 해지했습니다. 이에 이종윤씨는 공석인 가맹점주협회장 자리를 맡게 되었고, 본사와 ‘월 5억원 광고비 집행’ ‘순매출 30% 초반으로 식자재비 인하’ 등 상생협약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협약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정우현(68)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으로 불매운동과 함께 매출이 급락하자 가맹점주들은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대신해 시민들에게 사과했고, 본사는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가맹점주협의회와 식자재 가격 인하 등을 다시 합의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20169월 가맹점주협의회는 본사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을 벌였고, 본사는 협의회장인 이씨를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합니다. 이종윤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본사는 항고에 재항고를 거듭했습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소시민이 경찰서와 검찰청으로 불려 다니는 것은 심리적 압박이 대단했을 것입니다. 이미 빚까지 떠안은 상태에서 소송 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가게 운영을 병행해야 하는 것도 굉장한 어려움이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종윤씨는 포기하지 않고 노력합니다. 20171월 미스터피자 프랜차이즈를 그만둔 다른 가맹점주들과 함께 협동조합 방식의 ‘피자연합’이라는 브랜드를 발족해 인천 중구에 작은 가게를 오픈합니다. 식재료도 조합원을 통해 구매했고 광고비도 점주들에게 평등하게 걷어 운영하는 정말 상생하는 프랜차이즈 회사를 꿈꿨습니다. 7곳이 문을 열었고 상반기 내 10개로 확장할 계획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스터피자의 악랄한 복수는 집요했고 비열했습니다. 법정 다툼에서 연이어 패배를 당하자 이번에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막강한 자본과 힘을 이용해 약자인 이종윤씨의 숨통을 조였습니다. 먼저 피자연합에 치즈를 납품하는 업체에게 피자연합과의 거래를 끊지 않으면 거래처를 바꾸겠다는 압박을 가해 식자재 조달 루트를 막았습니다. 그리고 피자연합 매장 인근에 ‘보복출점’ 직영점을 내고 원가 이하의 파격 할인과 이벤트를 통해 밥줄을 끊습니다.

 

먼저 이종윤씨의 동료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50m 떨어진 곳에 경기이천점을 오픈하고, 다음은 이종윤씨 가게에서 300m 떨어진 곳에 동인천점을 연 미스터피자는 전국 매장 중 최저가의 피자와 다른 매장에선 찾아볼 수도 없는 볶음밥이나 볶음우동 등을 판매하고 피자 주문 시 샐러드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돈까스까지 줬습니다. 저라도 당연히 할인 행사를 하는 ‘미피(미스터피자의 줄임말)’에 가서 공짜 샐러드바와 돈까스를 아무것도 모르고 좋아라 먹었을 것 같습니다. 이후 피자연합의 매출은 40%가까이 추락합니다. 한편 2013∼2014년 그룹 영업이익이 31억원에서 14억원대로 급락하는 동안에도 정우현 회장은 2년 연속 58644만원의 연봉에, 현금배당도 2억원 가량을 받습니다.

 

친숙하고 편안한 피자와 돈까스가 끔찍한 악인의 손에 들리면 힘없는 누군가에게는 살인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이미 상당한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수익 악화는 이종윤씨에게 감당하기 버거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고 승산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미스터피자 그룹 정우현 회장과의 싸움은 그가 절망을 이겨낼 힘을 앗아갔을 것입니다.

 

이종윤씨는 314일 사망하기 바로 직전까지도 미스터피자 본사의 갑질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327일 미스터피자 본사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기자회견을 끝내 하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그는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유언이 되어버린 이종윤씨가 준비했던 보도자료를 보면 그가 너무 착한 사람이었기에 더욱 가슴을 시리게 합니다.

“피자연합 협동조합은 미스터피자의 갑질로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맹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상생을 위해 노력해 주십시오…(중략) 현 가맹점주협의회 회원들을 대상으로도 동일한 부당압력을 행사하고 있는바 더 이상의 피해자는 없기를 바라며 즉각적인 사죄와 재발방지를 약속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가맹점주들은 본사와 상생을 원하지 절대로 본사를 망하게 하거나 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부디 점주들의 진심어린 목소리를 곡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8]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진실과 정의를 위해 꿋꿋이 걸어온 발자취로 인해 국민들의 신망을 한몸에 받는 윤석열 특검이 이번에 검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1호로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을 수사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과 그에 불복하는 을에 대한 보복에 의해 희생되는 점주들의 이야기는 미스터피자만이 아닙니다. 너무나 중요하고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수많은 사례들이 한낱 연예인들의 가십과 노출사진, 공항패션, 예능 등에 밀려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수면 아래 깊숙이 잠겨있습니다. 저 역시 그러니 남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결국 우리와 우리 가족에게까지 미칠 것이고, 언젠가 이종윤씨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1970년 전태일 열사의 죽음은 세상을 뒤흔들었지만, 지금 2017년 수많은 사람들이 정말 목숨을 내놓으며 아픔과 절망을 절규하는데도 너무도 무관심하고 무감각한 우리의 현실이 무섭습니다.

 

 

 

 

<참고문헌>

 

서울경제, PC 10년새 반토막...비자발적 '유행성 시사저널, 불황에 먹고 살기 힘든 자시사저널, 불황에 먹고 살기 힘든 자영업, 하루 2500명꼴 '폐업'. (2017. 7.2)

서울경제, [사설] 퇴직 후 프로그램 제대로 돼야 자영업 실패 줄인다. (2016.9.28)

경향신문, [알아보니]'최저임금 1만원'의 열쇠, 누가 쥐고 있나? (2017.7.4)

파이넨셜뉴스, 자영업자, 소득 세배넘는 빚 덫에 걸렸다. (2017.6.29)

매경이코노미, 프랜차이즈 공화국의 민낯 | 브랜드 6년새 2양적 성장에만 급급. (2017.7.19)

이코노믹리뷰, [프랜차이즈 공화국의 민낯①] “먼지 빼고 모두 본사에서 사라”...무너진 상생. (2017.7.14)

여성경제신문, 죽음 부른 미스터피자의 '참혹한 갑질’···치즈납품 중단 압력·가게앞 보복출점. (2017.4.12)

 



[1] 서울경제, PC10년새 반토막...비자발적 '유행성 창업'이 생존율 낮춘다. (2017.7.25)

[2] 시사저널, 불황에 먹고 살기 힘든 자영업, 하루 2500명꼴 '폐업'. (2017. 7.2)

[3] 서울경제, [사설] 퇴직 후 프로그램 제대로 돼야 자영업 실패 줄인다. (2016.9.28)

[4] 경향신문, [알아보니]'최저임금 1만원'의 열쇠, 누가 쥐고 있나? (2017.7.4)

[5] 파이넨셜뉴스, 자영업자, 소득 세배넘는 빚 덫에 걸렸다. (2017.6.29)

[6] 매경이코노미, 프랜차이즈 공화국의 민낯 | 브랜드 6년새 2양적 성장에만 급급. (2017.7.19)

[7] 이코노믹리뷰, [프랜차이즈 공화국의 민낯①] “먼지 빼고 모두 본사에서 사라”...무너진 상생. (2017.7.14)

[8] 여성경제신문, 죽음 부른 미스터피자의 '참혹한 갑질’···치즈납품 중단 압력·가게앞 보복출점. (2017.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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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인주의와 민주주의(Habits of the Heart2) gloria 2016.03.30 280
1 마음의 습관(Habits of the Heart: Individualism and Commitment in American Life): ‘개인주의’라는 현대인의 ‘언어’ 2 gloria 2016.03.13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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