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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사회학(김홍중)

 


당신만의 마음이 아닌 우리의 마음

 

마음이란 결국 나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 사유하는 물건이 아니라 공유하는 매체가 아닐까?”(5)

개인이 가진 사적인 특성들 가운데서도 가장 사적으로 여겨지는 부분인 당신의 마음이 사실 당신 개인만의 것이 아닌, ‘사회가 공유하는 매체라는 관점은 처음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황당하고 불편한 억지 주장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렇다면 2016년 한국 사회의 평범한 20대 여성이 그 마음속에 바라는 것을 한번 생각해 보자.

그녀가 바라는 외모는 마르지만 볼륨을 갖춘 몸매에 큰 눈과 높은 코가 아기자기 균형을 이루고 있는 작은 v라인 얼굴이다. 이를 위한 상시적인 다이어트와 볼륨을 위한 운동은 물론이고 원하는 얼굴 모양이나 몸의 큰 굴곡을 후천적으로라도 획득하기 위한 성형도 이제 보편적인 일이 됐다.

또한 공무원이나 대기업을 꿈꾸며 열심히 공부와 기타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으며, 평균 이상의 경제력과 안정된 직업, 깔끔한 외모, 자상하고 센스있는 성격을 고루 갖춘 남자와의 연애와 결혼을 희망하고 있다.

20대 여성뿐만이 아니다. 30대나 심지어 40대 여성들, 10대 소녀들의 이상도 유사하며, 세대를 통틀어 남성들이 바라는 여성상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2016년의 한국이라는 사회 안의 한 개인이 이상화하거나 혐오하고, 추구하거나 피하고, 그로 인해 자부심과 좌절감이 혼합된 자아정체성을 갖는 데까지 모든 과정을 겪는 내밀한 사적 기관인 마음이 개인만의 마음이 아닌 우리의 마음으로 전 사회를 통해 광범위하고 심도 깊게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사용되는 마음이라는 개념은 뒤르켐의 집합표상’, 베버의 정신’, 푸코의 에토스’, 토크빌의 습속’, 아날학파의 심성’,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정서구조와 같이 사회학의 방대한 전통 속에 이미 존재하는, ‘집합적 마음의 구조화된 질서라는 의미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7)

 

그러므로 사회의 지배적 가치를 구성하는 삶의 태도, 윤리적 지향, 감정의 구조, 미학적 취향(7)’이 무엇인지의 문제는 그 사회의 모습을 결정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사회의 마음은 한 사회의 다양한 현상들을 발생시키는 원형적 에너지(7)’인 것이다.

이 사회가 헬조선이라는 현실 인식이 세대와 계층을 초월해 팽배할 만큼 병들었다면 절실한 것은 그 문제의 근원인 사회의 마음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지, 뿌리는 놓친 채 그로부터 자라나 표면화된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제도의 외형적 구조들에만 천착한다면 백날 연구하고 천날 땜질식 처방에 공을 들여본들 모두 헛될 뿐이다.

 

근대사회의 모순과 병리를 해결하고자 등장한 사회학은 어느 수준에서 필연적으로 사회의 마음을 촉진해야 하는 순간을 만나(7)”게 된다.

오늘날 헬조선에서 유행하는 답이 없다는 의미의 노답이라는 신조어가 단면적으로 표상하듯이 이 사회의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개선은커녕 더 악화만 안 되어도 좋겠다는 지극히 회의적인 미래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 변혁을 주도했던 세력인 청년 세대는 이 사회에서는 꿈과 희망을 모두 포기한 ‘7포세대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 책임이 청년 주체 당사자이지만 그냥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하며 자라온 청년 세대에게 있는가 아니면 기성세대에게 있는가의 논쟁은 각설하고, 정말 주목이 필요한 부분은 이 사회의 회복과 발전을 위한 동력이나 희망이 있어야 할 자리를 짙은 무기력과 절망이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새롭게 만들어내야 하는 바람직한 우리의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 아니, 새로운 사회의 마음을 촉진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긴 할까.

 

<마음의 사회학> 1~3장은 이전 시대인 1980년대 한국 사회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살펴보는 동시에, 1990년대를 거쳐 2010년대인 오늘날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그 변화의 원인을 포착하는 데 핵심적인 통찰을 준다.

1980년대와 1990년대, 그리고 2000년 이후의 한국 사회는 상전벽해의 외형적 성장 이상의 철저하고 파격적인 마음의 변화를 겪었다.

그 변화를 살펴보는 일은 우리가 지나온 과정을 추적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리의 마음’의 긍정적 개혁 가능성을 모색하는 관점에서 볼 때, 공고해 보이기만 하던 '집단적 마음'과 '사회 구조'의 전폭적 개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그 변화를 가져온 동력과 메커니즘을 밝혀낼 수 있다면 향후의 사회 변혁을 위한 열쇠를 손에 넣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생존이 부끄러움이었던 진정성 시대

 

저자는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까지 한국 사회의 마음을 나타내는 아포리아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제시한다.

1970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붙인 불꽃 속에 사그라진 22세 청년 전태일이 있었고, 그 외침에 부응해 당시에는 특권층이던 대학생 신분을 버리고 사회 가장 취약계층이었던 공장 노동자들이 주인되는 세상을 꿈꾸며 노동자 계급화를 위해 위장 취업했던 만 명 이상의 20대 초반 대학생들이 있었다.

총과 몽둥이를 주저없이 휘두르던 군부의 면전에서 독재 반대를 외치며 폭력, 구금, 고문과 살해를 당하면서까지 멈추지 않고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청년들과, 이들을 무차별하게 진압하던 군인들로 거리가 차고 넘쳤던 시절이 1980년대였다.

마침내 어린 대학생들의 외로운 항쟁과 희생에 침묵하던 젊은 넥타이 부대와 중소상인 등 보통 사람들도 19876월 행동에 나서며 대한민국의 온 거리를 가득 메운 6월 항쟁으로 대통령직선제 새 헌법 공포를 얻어내고, ‘쓰레기통에 장미가 피는기적을 이루어 낸다.

이러한 역사 이후, 사회적 부조리와의 투쟁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죽음에 치명적인 부채감을 느끼며, 80년대를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큰 수치이자 슬픔으로(17)” 여기는 고도로 예민한 도덕 감정이 한국 사회의 공유된 마음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생존이 부끄러움이 되는 감수성, 이런 마음의 형식이 광범위하게 공유되면서 하나의 가치로서, 옳은 삶의 기준으로서 설정되어 통용되던 시대(19)를 저자는 진정성의 시대라 부른다.

 

 

나의 생존을 과시하며 남을 짓밟으면서까지 추구하는 포스트-진정성 시대

 

생존자가 스스로의 생존을 증오하던 이런 마음의 형식 앞에서 우리는 일종의 격세지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시대는 자신의 생존을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로 설정하는 사회적 합의를 달성했기 때문(18)”이다.

저자는 IMF 이후의 ‘97년 체제에서 한국 사회가 보편적 과제로 설정한 세 가지 생존 형식을 경제적, 사회적, 생물학적 생존으로 제시한다.

1) 먼저 경제적 생존은 무한경쟁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회적 정의나 공공성을 파괴하면서까지 부의 축적을 이루는 모습과, 강박적인 일중독으로 나타나며,

2) ‘사회적 생존은 도덕적 존엄성이 공동화되고, 왜곡된 인정투쟁의 공간으로 변모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급부상한 성공지상주의와 노골적인 속물주의snobbism를 추구하며, 주저없이 과시하는 삶의 모습이며,

3) 마지막으로 생물학적 생존은 단순히 건강과 장수의 추구를 의미하기 보단 이를 신성화, 상품화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오직 육체적 조건으로 환원시키는 소위 무차별적 건강주의를 조장하는(42)” 것을 말한다.

생존주의라는 새로운 마음의 레짐속에서 주체는 한편으로 나르시시즘, 자폐, 탈정치화, 사사화 등을 통하여 결국 자신의 사적 세계를 성채화하는 모나드로 전락하거나, 성찰성의 급격한 도구화, 탈내면화, 사회적 과시, 대중추수주의 등을 통하여 타인들의 취향, 가치, 의견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속물로 전락한다.(42)‘

 

진정성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신자유주의적 스노비즘과 동물성‘(20)”이 지배하는 포스트-진정성 체제가 열린 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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